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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넷플릭스 무임승차 길 터준 KT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10 17:31

수정 2020.08.1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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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넷플릭스 무임승차 길 터준 KT
결국 KT가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다. 이에 KT 인터넷(IP)TV 올레 tv에서는 넷플릭스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추측으로만 떠돌던 KT와 넷플릭스의 제휴가 현실화된 것이다. KT와 넷플릭스의 제휴는 사업적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 250여개 실시간 채널과 21만편의 주문형비디오(VOD) 등 국내 최다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올레 tv에 넷플릭스까지 가세했으니 무서울 것이 없어졌다.

하지만 KT와 넷플릭스의 제휴는 다른 시각으로도 볼 필요가 있다.
망 사용료 문제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소송도 근본은 망 사용료 갈등에서 출발한다. KT는 국내 유선망의 압도적 1위 사업자다. 과거 한국통신 시절부터 민영화 이후 현재의 KT까지 해저망은 물론 전국에 깔아 놓은 유선망은 경쟁사가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런 KT가 넷플릭스에 망을 열어준 것이다. KT는 넷플릭스와 제휴하면서 관련 법률을 준수하고 서비스 안정화 노력을 함께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콘텐츠제공자(CP)도 망 품질 유지 의무를 지우게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개정안이 당초 페이스북과 넷플릭스 같은 해외 CP를 겨냥한 것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다.

여기다 일각에서는 이번 계약에 KT가 넷플릭스로부터 망 사용료를 받을 수 있는 근거도 포함됐다고 한다. 그러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나 시행령에는 망 사용료를 받을 수 있는 어떤 내용도 포함되지 않는다. 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인정하고 있다.

망 사용료 문제를 확실히 매듭 짓지 않으면 넷플릭스가 언제 구글처럼 뻔뻔하게 무임승차를 요구할지 알 수 없다. 넷플릭스의 오픈커넥트얼라이언스(OCA)나 구글의 캐시서버는 별반 다르지 않은 정책이다.

따라서 KT가 넷플릭스와 손을 잡으며 망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했는지 묻고 싶다. 넷플릭스와의 연합이 당장의 수익 창출과 실적 개선,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그럼에도 KT는 국내 망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는 통신사 맏형이다. 맏형이 넷플릭스에 망을 열어준 사이 동생은 망 사용료로 넷플릭스와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맏형의 역할은 돈만 잘 버는 것이 아니다.

syj@fnnews.com 서영준 정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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