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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번째다… 불펜이 날려버린 류현진의 'V'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성일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12 16:43

수정 2020.08.12 16:43

2회초 솔로홈런 허용했지만
마이애미에 6이닝 1실점 호투
문제는 마무리 투수 앤서니 배스
동점포 맞으며 시즌 2승 날아가
몬토요 감독 "RYU, 우리의 에이스"
12번째다… 불펜이 날려버린 류현진의 'V'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선발투수로 나선 류현진이 샬렌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홈경기에서 투구를 하고 있다. 뉴스1로이터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선발투수로 나선 류현진이 샬렌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홈경기에서 투구를 하고 있다. 뉴스1로이터
가끔 이런 경우가 있다. 억울해도 어쩌겠나. 이런 게 야구인데. 그러나 아쉬운 마음에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지금까지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선발 등판한 128경기를 전수 조사해보았다. 무려 12번이나 됐다. 불펜의 방화로 날린 승수가.

류현진은 1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 주 버팔로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홈경기서 6이닝을 던져 2피안타 1실점했다.
2회 브라이언 앤더슨에게 허용한 솔로 홈런이 옥에 티였을 뿐 뛰어난 피칭이었다. 류현진은 3-1로 앞선 7회 마운드를 불펜 투수에게 넘겨주었다. 7회 말 토론토가 한 점을 더 보태 4-1. 9회 초 마무리 투수 앤서니 배스가 등판하자 '끝났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2사까지는 잘 흘러갔다. 그런데 배스가 마지막 하나의 아웃 카운트를 남겨놓고 동점 홈런을 허용했다.

이런. 그러고 보니 류현진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이런 일을 종종 경험했다. 결국 지난 8년간 128경기 기록을 모두 뒤져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이날 마이애미와의 경기 포함 무려 12차례나 불펜 방화로 승을 놓쳤음이 드러났다.

첫 불상사는 류현진(당시 LA 다저스)의 메이저리그 데뷔 해인 2013년 5월 18일 애틀랜타 경기였다. 류현진은 당시 4승 2패로 순조롭게 메이저리그에 적응하고 있었다. 이날도 5이닝 5피안타 2실점.

6회까지 4-2로 앞서고 있었다. 파코 로드리게스가 마운드를 이어 받았다. 1사 만루. 외야 플라이로 한 점쯤은 각오하고 있었다. 그래도 4-3이다. 그런데 저스틴 업턴이 때린 타구는 평범한 외야 플라이가 아니었다.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만루 홈런이었다.

세 번째 불행은 12일 마이애미 경기처럼 팀의 마무리 투수가 지른 화마였다. 상대는 필라델피아 필리즈. 류현진은 7이닝을 던져 2점만을 내줬다. 3-2로 앞서 9회 초 다저스 마무리 켄리 잰슨이 등판했다.

잘 끝내겠지. 잰슨은 첫 타자 영에게 우전안타를 맞았다. 그런데 잰슨도 잰슨이지만 다저스 외야진이 크게 한 몫을 거들었다. 우익수 푸이그가 타구를 더듬는 사이 영은 2루까지 뛰었다. 내야 땅볼로 1사 3루.

후속 타자 롤린스가 때린 타구는 얕은 중견수 플라이. 메이저리그 외야수들의 강한 어깨를 감안하면 3루 주자가 홈을 노리긴 무리였다. 그런데도 뛰었다. 다저스 중견수 켐프의 송구는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갔다. 이 두 수비는 모두 실책으로 기록됐다. 결국 3-3 동점. 류현진의 시즌 7승은 이렇게 날아갔다.

이 경기는 여러모로 12일 마이애미 전과 닮았다. 마무리 투수의 방화로 승리가 날아갔지만 결국 팀은 이겼다. 류현진이 불펜으로 인해 놓친 12차례 승리 가운데 마무리 투수로 인한 경우는 이 두 차례뿐이다.

2013년 불펜이 날린 류현진의 승수는 3승이었다. 현재까지 중 가장 많다. 2014년과 2017년, 2018년과 2019년 각각 두 차례씩 방화가 저질러졌다. 지난 해 7월 15일 보스턴 원정서는 7이닝 2실점(비자책)의 뛰어난 피칭을 하고도 승을 놓쳤다.
불펜 투수가 보거츠와 마르티네스에게 연속 타자 홈런을 얻어맞아서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경기 후 류현진을 "우리의 에이스"라고 추켜세웠다.
12번 모두 승리를 지킬 수 있었다면 류현진의 승수는 통산 67승(현재 55승)이 된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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