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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제기 후발주자에서 세계 표준으로…'김남재표' 기술경영 [로컬 포커스 강소기업 CEO를 만나다]

황태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12 16:45

수정 2020.08.12 17:27

'농기계 혁신' 40년 한우물
김남재 한아에스에스 대표
시작은 늦었지만 업계 선두로
방제기 탱크용량 2배 늘린 게 전환점
승용형 4륜구동으로 경쟁업체 따돌려
당도 측정 가능한 과일선별기
해외시장서도 충분히 통할 것
고성능 방제기 전문 생산업체인 한아에스에스㈜ 김남재 대표는 방제기 분야에만 40년 가까이 종사하며 설계, 제조, 판매 및 유통을 아우르는 업계 '맏형'이 됐다.
고성능 방제기 전문 생산업체인 한아에스에스㈜ 김남재 대표는 방제기 분야에만 40년 가까이 종사하며 설계, 제조, 판매 및 유통을 아우르는 업계 '맏형'이 됐다.
【 광주=황태종 기자】 과수원 등에 친환경 약재를 안개처럼 고루 살포하는 고성능 방제기(스피드 스프레이어, SS기) 전문 생산업체인 한아에스에스㈜ 김남재 대표는 업계에선 최고의 전문가로 통한다. 홍익대 공업도안과(현재의 기계설계과)를 졸업한 그는 지난 1981년 큰 형이 경영하는 보성상사라는 일본산 방제기 수입회사에 입사한 것이 계기가 돼 방제기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1988년 창업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방제기 분야에만 40년 가까이 종사하며 설계, 제조, 판매 및 유통을 아우르는 업계 '맏형'이 됐지만, 여전히 신제품 구상과 사업영역 다각화에 골몰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승용형 4륜구동, 세계 표준 정립


김 대표가 지난 1997년 국내 최초로 자동차용 변속장치와 가속장치를 방제기에 적용해 단순 농기계에 불과했던 방제기를 승용형 4륜구동 고성능 방제기로 혁신한 것은 그의 업적으로 꼽힌다.


다른 회사와 차별화되고, 특히 자동차처럼 이용하기 편한 제품을 염두해두고 개발했다는 '김남재표 방제기'는 이동 중 변속이 가능한데다 주행성과 경사면 등반 능력이 뛰어나 국내는 물론 전 세계 방제기의 표준이 됐다.

그리고 방제기 생산 후발주자였던 한아에스에스를 단숨에 업계 선도업체로 올려놓았다.

아울러 그가 지난 2002년 업계 최초로 방제기 탱크용량을 기존 500리터에서 1000리터로 2배 늘려 방제 효율성을 크게 개선한 것도 회사 비상의 날개가 됐다. 그는 "기존 2개 회사가 버티고 있는 방제기 시장에 후발 업체로 진입하면서 남들이 하던 것을 따라하면 평생 2인자에 머물고, 고달프기까지 하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껴 아예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 앞장서야겠다는 마음으로 신제품 개발에 매진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신기술인증 캐리어고속선별기 개발


김 대표는 이후에도 궤도형방제기, 방제기 겸용 운반차, 골프장방제기, 다목적운반차, 퇴비살포기, 무인제초기, 승용제초기, 잔디깍기, 고소작업차, 친환경미생물광역살포기, 컵방식과일선별기, 캐리어고속선별기 등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국내 농기계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회사에 석·박사급 연구원 7명으로 구성된 기업부설연구소를 운영하고 매년 매출액의 5% 이상을 신기술 개발에 투자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중 김 대표가 최근 연구·개발에 몰두해 개발한 캐리어고속선별기는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의 신기술인증을 받으며 차세대 회사 주력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택배상자의 바코드를 읽어 각 지역별로 신속하게 분류할 수 있어 국내 대기업 계열 물류회사에서 올 상반기 2곳의 물류창고에 총 40억원 규모로 설치한데 이어 하반기에도 추가 설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국내 택배시장은 최근 5년 동안 매년 10%의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소비가 증가하면서 더욱 급신장할 것으로 예상돼 김 대표는 캐리어고속선별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국내 택배회사의 기존 물류장비가 대부분 수입품이어서 고장이 나면 해외기술자가 입국해 수리하는 등 관리비용이 많이 들어 '국산 대체' 차원에서 우리 회사 제품을 선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산제품의 우수성이 입증된 만큼 향후 다른 회사에서도 신규 및 대체 설치가 잇따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아에스에스는 기존 주력 상품인 고성능 방제기가 꾸준한 매출을 이어가고 신제품인 캐리어고속선별기도 매출을 창출하면서 올 상반기 코로나19 여파에도 매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크게 늘었다.

실사구시로 코로나19 위기 속 성장


김 대표는 "겉만 번드르한 회사보다 품질 좋고 실용적인 제품을 생산해 모두 잘 먹고 잘 사는 실속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회사 사훈을 '실사구시'로 정했다며 이에 기반한 주인의식과 장인정신이 코로나19 위기속에서도 지속 성장하는 회사의 비결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아에스에스는 직원들의 주인의식과 장인정신 고취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평적·공격적·창의적 업무추진을 요구하면서 그에 부응하는 역량강화 교육을 제공한다. 해외 전시회 참가 및 선진기업 기술연수 등을 통해 직원들에게 견문을 넓힐 기회를 제공하고, 배움을 위해 대학 및 대학원에 진학할 경우 교육비를 지원한다. 또 신제품 개발이나 임무 완수시 급여외에 인센티브를 부여해 근무의욕을 북돋는다. 이에 따라 이직자는 거의 없고 10년 이상 근무자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김 대표는 회사 직원들이 독립해 관련 분야에서 자신의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데도 적극적이다. '직원 소사장(小社長)화'로, 현재 회사에 주력 부품과 프레임, 탱크 등을 납품하는 업체 10여곳의 사장은 모두 한아에스에스 출신이다. 아울러 전국 70여개 대리점 및 AS센터 상당수도 한아에스에스 직원 또 한아에스에스 제품 전문가들이 운영하도록 했다.

그의 '직원 소 사장화'는 결과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농민들사이에 한아에스에스 제품은 대리점에서 수리가 가능하고 대리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수리는 본사에서 신속히 지원한다는 입소문이 확산되면서 한아에스에스 제품은 사후 관리가 뛰어나다는 평판을 얻게 됐다.

김 대표는 "현재 조용하면서도 분무성능이 좋은 송풍팬 개발에 힘쓰고 있다"면서 "한아에스에스는 고성능 방제기 전문회사라는 명성을 이어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당도 측정까지 가능한 과일선별기의 경우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만큼 해외시장 개척에 노력하는 한편 회사 쇼핑몰 및 유튜브, E마켓 사업부 운영을 강화해 비대면 거래 등 다가오는 경영환경 변화에 적극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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