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내말이 말 같이 안들려?" 인권위, '직장갑질' 징계권고 처분

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12 17:09

수정 2020.08.12 17:09

CCTV로 근태감시, 폭언·욕설 등 직장 내 괴롭힘
특정 직원 지목 퇴사하도록 괴롭힘 지시까지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국가인권위원회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단체집합, 상습적인 폭언 및 욕설, 사생활 침해 등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한 모 병원 경비조장 3명을 징계하도록 해당 병원장에게 권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인권위는 또 관련 직원들에 인권 교육을 실시할 것과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처리 시 적절한 피해자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함께 표명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 A씨는 이 병원 소속 경비조장 3명이 직장 내 괴롭힘 등 인권침해를 했고, 공공기관인 병원 측이 이를 인지했음에도 묵인했다고 주장하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경비조장들은 병원 1층 로비에서 병원 내원객 및 다른 직원들이 모두 보는 가운데 전 근무자들을 집합시켜 "내가 4개월 동안 욕을 안 하고 있으니까 장난하냐", "내가 우습냐. 내가 근무 제대로 안 하니까 만만하냐" 등의 폭언과 욕설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경비조장의 폭언을 들어야 했던 일부 대원들이 "사람들이 많은데서 이러는 건 부적절하다"고 만류했으나 경비조장은 "xx, x같네 내말이 말 같이 안들려, xxx야 똑바로 좀 해라"며 욕설을 더 심하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도 신입사원이 화장실이 급해 보고 없이 화장실을 사용하자 무전기로 "누구 마음대로 보고도 없이 화장실을 가냐"며 공개적으로 질타하는 등 폐쇄회로(CC)TV를 통해 직원들의 근무 상황을 감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본인이 생각하기에 근무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화면에 직원이 보이지 않으면 근무자를 호출해 어디에 있었는지 설명을 요구하고,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생각이 없다. 일을 그따위로 할 거면 그만둬라" 등 폭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마음에 들지 않는 특정 직원이 스스로 퇴사하게 괴롭히라는 지시까지 다른 직원들에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해자로 지목된 경비조장 3명은 폭언·욕설 사례들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경비직무의 특성과 긴박한 업무 상황에서 화를 낸 것일 뿐, 직원들과는 원만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해당 병원도 시설경비 직원 간 폭언·욕설 등 부조리한 행동이 민간위탁 시에는 있었지만, 경비조장들이 병원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된 이후에는 인권침해 사례가 대부분 근절됐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인권위는 "불특정 다수가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에서 폭언·욕설을 하는 것은 지적을 받는 직원들에게 수치심을 주는 업무수행 방식"이라며 "직원들의 인격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어 "긴급 상황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해 '기강이 중요하다'는 경비직종의 특수성 등은 대부분 개선·폐지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비직종의 특수성이 피진정인의 언행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또 "피해자들이 신고를 했음에도 병원 측이 '근무불량자의 악의적인 민원'으로 보는 등 조사 및 처리에 미흡했다"며 "적극적인 피해자 보호 및 가해자에 대한 인사 조치가 이뤄지도록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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