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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스푸트니크V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16 17:37

수정 2020.08.16 17:37

동서 냉전이 한창이던 1957년 소련(현 러시아)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다. 스푸트니크(러시아어로 '동반자')1호였다. 당연히 미국 조야는 발칵 뒤집혔다. 인공위성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기술은 동전의 앞뒷면과 마찬가지여서다.

'스푸트니크 충격'에 이어 미국은 2연타를 맞았다.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1961년 4월 최초의 유인 우주비행에 성공하면서다.
당시 소련은 미국의 턱밑인 쿠바에 핵미사일을 배치하려고도 했었다. 이에 맞서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빼든 회심의 카드가 '아폴로 계획'이었다. 그가 그해 5월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1970년 이전까지 인간을 달에 보내겠다"고 공언한 대로 아폴로11호가 1969년 달 착륙에 성공했다.

"적을 용서하되 그 이름은 잊지 말라." 소련과의 우주경쟁과 쿠바위기를 극복하느라 절치부심했던 케네디의 명언이다. 역사는 반복되는 건가. 스푸트니크란 이름이 다시 소환됐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1일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등록했다"고 밝혔다. '스푸트니크V'로 명명했다면서다. 대선을 앞두고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사활을 건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한 셈이다.

그러나 이 '스푸트니크V'가 인류와 함께 감염병 정복에 나설 진짜 동반자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효과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속속 제기되면서다.
푸틴은 "나의 두 딸 중 한 명도 이 백신을 맞았다"고 효능을 자신한다. 하지만 서방 측에선 수천, 수만명이 몇 개월간 진행하는 임상시험을 건너뛰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모스크바에 본부를 둔 임상시험기구연합이 러시아 정부에 최종 임상시험이 성공적으로 완료될 때까지 승인을 연기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을 정도다. 러시아가 불붙인 백신 개발 속도전이 전 세계가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를 넘어서는 데 어떤 '나비효과'를 부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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