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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 칼럼] 코로나19와 신한류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16 17:37

수정 2020.08.16 17:41

[차관 칼럼] 코로나19와 신한류
방탄소년단(BTS)에 이어 영화 '기생충'이 세계 최고 반열에 오른 올해 초까지만 해도 국민의 한류에 대한 자부심과 기대는 한껏 부풀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한류산업도 큰 충격을 받았다. 해외는 물론 국내 공연행사도 줄줄이 취소되고 영화관 관람객 수가 지난 4월 97만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관련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 큰 걱정은 이런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기존 관념을 근본적으로 바꿔야만 하는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혹자는 '2년 동안에 걸쳐 이뤄질 만한 변화가 2개월 만에 이뤄졌다'고도 말한다.
산업구조 개편이 예상되고 생활문화 자체가 바뀌어 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세계는 크게 다를 것이다.

이런 변화는 두려운 것이지만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과거 여러 위기를 지혜롭게 헤쳐나간 역사적 경험이 있다. 1997년 외환위기(IMF 구제금융) 때 전 국민이 금을 모았고, 2003년 태안 기름유출사건 땐 어린이들마저 현장에 달려와 팔을 걷어붙였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승차진료 등 창의적 대응과 국민의 자발적 헌신으로 위기에 대응해가고 있다.

한류도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길을 찾아야 한다. 앞으로 한류가 지금까지의 성공을 이어나갈 방향을 찾기 위해선 치열한 고민과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이에 정부는 지난 7월 '신한류 진흥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다음의 세 가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먼저 '확산'이다. 한류 콘텐츠는 그동안 대중문화 위주였으나, 이제 예술·스포츠·전통문화 등으로 그 대상을 넓히고 이를 실현하는 데도 온라인 비대면 방식을 과감하게 도입해야 한다.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난 세계 사람들이 '집콕 문화생활'로 한국문화를 더욱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활발한 온라인 전시가 미국의 '포브스' 등으로부터 주목받아 세계 10대 박물관·미술관으로 소개됐고, 무관중 프로야구 중계에 해외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을 보면 그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

둘째는 '융합'이다. 한류는 이미 화장품, 의류 등 소비재 수출과 결합해 동반상승 효과를 내고 있는데 이제는 서비스산업과의 융합도 더욱 적극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관광은 물론이고 의료, 교육 서비스 등에서도 상호 도움이 되는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셋째는 한류의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창의력과 승부욕을 갖춘 인재들이 콘텐츠산업에 지속적으로 뛰어든다면 한류의 미래는 밝다. 봉준호 감독이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하고 20여년 만에 세계 정상에 섰듯이, 지난 4월 개교한 안양 게임마이스터고 졸업생이 20년 후에는 세계 최고의 게임을 개발해낼지도 모른다. 그 인재들의 창조적 아이디어가 결실을 볼 수 있도록 투자도 필요하다. 모험투자펀드 등 정부가 정책금융에 힘을 기울이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류는 세계 문화사에 기록될 만한 사건이고, 우리가 문화부문에서도 세계 정상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주었다.
그러나 지금 한류는 기로에 서 있으며,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정부의 지혜로운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지원사업들을 효율적으로 연계하고, 정보를 종합해 민간을 지원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코로나19에 온 국민이 합심해 맞서면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듯이 한류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기회의 문을 두드리고 열어나갈 것이다.

오영우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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