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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 서울공화국의 종말

김태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16 17:37

수정 2020.08.16 17:37

[윤중로] 서울공화국의 종말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이다. 전국의 자원 50% 이상이 서울에 몰려 있고, 인구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모든 자원과 인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체제는 영원할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행정수도 이전과 균형발전은 어쩌면 한참 늦은 정책인지도 모른다. 정책의 효과가 별반 나타나지 않아서다. 권한의 분산과 균형발전을 외치고는 있지만 실제 이를 추동할 구체성은 없다.
서울로의 인구집중은 교육과 부동산, 일자리라는 삼박자 속에 공고한 기득권 체제를 양산했기에 가능했다. 행정수도 이전은 잠시 주차하는 정거장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지방은 인구감소와 인프라 부족 등으로 청년들이 떠나지 않으려고 해도 떠날 수밖에 없는 기형적 구조다. 이 구조를 개선하지 않은 균형발전은 허공의 메아리에 불과하다. 제3기 신도시에 이어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그린벨트 해제 등 수도권으로 집중 요소를 지속적으로 양산하면서 균형발전을 외치는 건 심각한 아이러니다.

특히 서울대와 대기업 본사 등을 이대로 둔 채 균형발전을 추진하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다. 공공의료를 확대하다고 하니 전공의들이 의료질의 하락을 이유로 파업을 벌이는 나라가 작금의 한국이다. 기득권 체제가 이렇듯 중층적으로 강고하게 짜여 있는 상황은 손놓고 있으면서 지방에 선심 쓰듯 무슨무슨 도시를 건설하다고 외쳐봤자 실익이 있을까. 문제는 교육과 일자리를 분리하는 정책적 접근방식의 고착화다 서울에 있는 대학을 나와야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커질수록 교육문제는 해결이 안된다. 마찬가지로 일자리 창출도 수능 위주의 집중적 교육방식으로는 다양한 일자리 기회가 생기지 않는다. 교육정책 개혁은 학교 내의 문제가 아닌 노동시장의 민주화와 연결지어야 해법을 만들 수 있다.

차라리 전국의 국립대를 서울대로 명칭을 바꾸고 지역별로 특화한 학부 중심으로 개편하거나 연구 중심의 대학원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은 어떨까. 이런 체제가 구축되면 지방의 학생들이 굳이 서울로 올 필요가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서울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대기업 본사 등도 이참에 지방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울산에 공장이 있는 현대중공업이나 현대자동차가 굳이 서울에 있어야 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일본도 도쿄집중 현상으로 서울처럼 갖가지 부작용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도시다. 전국의 유능한 인재를 싹쓸이하면서 성장을 한 도쿄는 연구개발과 같은 생산성 높은 일은 도쿄에서 하고, 지방은 부품 생산을 맡기는 식의 분업체제가 강고하다. 지방은 저임금의 단순노동으로 전락했고, 지식이나 기술을 익힌 사람들의 일자리는 줄어들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이런 도시와 지방의 수직적 하청구조를 손보지 않고서 지방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문제는 서울이든 도쿄든 식량과 에너지의 공급을 지방에 의존하고 있으면서 지방의 인재를 끌어모아 지방을 기형적 구조로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스스로 자신의 목을 조르는 행위와 진배없다. 이미 지방은 심각한 인구감소에 따른 텅 빈 황무지로 변해가고 있는데 말이다.
진정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과감한 보유세 인상과 지역 공공병원 확층, 대학 및 대기업이 쥐고 있는 기득권을 지방으로 분산하는 구조적 개혁이 시급하다.

ktitk@fnnews.com 김태경 정책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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