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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절벽 몰린 청년들, 취업준비부터 '양극화'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16 18:20

수정 2020.08.16 20:50

서류·면접 등 '고액 컨설팅' 확산
알바 뛰는 취준생들은 허탈감
20대 4명중 1명 백수상태인데
60대 고용은 늘어'세대갈등'까지
고용절벽 몰린 청년들, 취업준비부터 '양극화'
우리나라 청년취업 시장이 두 가지 양극화라는 큰 늪에 빠졌다. 절대적으로 청년취업 일자리가 줄어든 가운데 고액취업컨설팅 서비스를 받는 취업준비생과 돈이 없어 자력으로 준비하는 취준생 간 괴리감이 커지고 있다. 취준생끼리 부의 양극화에 따라 취업판도가 바뀌는 살벌한 생존싸움이 벌어진 셈이다. 청년층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60세 이상 노년층 일자리는 늘어나는 세대별 양극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세대 간 갈등과 위화감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액 취업과외 놓고 청년 간 위화감


직장인 김모씨(31)는 지난해 210만원짜리 승무원학원에 등록했다.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위해 큰맘 먹고 3개월짜리 정규반을 등록했지만 수강료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정규수업 외 회사별 취업특강 수업을 들으려면 70만~100만원의 추가 비용을 내야 했다. 금액은 특강 수업기간이나 회사 인지도에 따라 차이가 났다. 이마저도 등록 경쟁은 치열하다. 취업수업은 보통 이력서 첨삭, 기출문제 분석 및 답변 첨삭, 모의면접 등으로 진행된다. 게다가 특강을 들어야만 면접 기회가 주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김씨는 "외국 회사의 경우 학원에서 면접을 대행하는 경우도 있어 선생님에게 '눈도장' 찍기 위해 듣는 경우도 꽤 많다"며 "너무 비싼 금액이라 망설였지만 2차 면접으로 갈 기회가 생긴다고 생각해 등록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돈 없는 취업준비생들은 이마저도 기회가 없다. 김씨는 "사정상 학원을 못 다니는 친구들은 본인보다 실력이 못한 학원생이 다음 면접단계로 가는 걸 보고 속상해하기도 한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취준생 서모씨(26)는 취업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5만원을 내고 자기소개서 첨삭을 받았다. 유명학원에서 취업수업을 듣고 싶었지만 3개월에 120만원짜리 수업료가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서씨는 "120만원짜리 수업은 진로컨설팅도 해준다"며 "회사별로 맞춤 자소서와 면접특강도 있어서 하고 싶었는데 알바비로는 턱도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이어 "5만원짜리 자기소개서 첨삭으로는 원론적 이야기만 들었을 뿐 도움이 거의 안 됐다"며 "환불받고 싶었는데 방법도 안 나와있고, 담당자와는 연락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취업 관련 소비자상담 건 가운데 계약 해지와 위약금 관련 사항이 가장 많았고, 계약 불이행이 그 뒤를 이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환불기준 등 중요한 정보제공이 미흡한 업체가 많고, 제공되는 서비스의 품질에 비해 수강료가 비싸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20 vs 60' 일자리 괴리감 심화


7월 고용통계를 살펴보면 취업자 감소폭은 4월 이후 점점 개선되는 추세다. 그러나 청년일자리는 대폭 줄고 공공형 노인일자리가 급증하는 '착시'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당장 60세 이상의 취업자 증가폭은 4월 27만4000명에서 7월 37만9000명으로 10만5000명 증가했다. 정부가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공공일자리다. 인건비는 세금으로 지원한다. 7월 노인취업자가 증가한 것은 코로나19 탓에 중단됐던 공공일자리가 5월 이후 재개된 덕분이다. 반면 60세 이상을 빼면 취업자는 7월 65만6000명이 감소했다.

반면 20대는 고용절벽에 직면했다. 20대 취업자 감소폭은 5월 13만4000명, 6월 15만1000명, 7월 16만5000명으로 커졌다. 청년층의 실질실업률을 나타내는 청년층 고용보조지표3는 더욱 심각하다. 올 7월 25.6%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7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층은 실업자 집계에서 빠진다. 그러나 취업을 원하는 아르바이트·학생 비중이 높아 이들을 사실상 실업상태로 계산한 고용보조지표를 활용한다.
이 지표가 악화된 것은 대다수 기업이 신규 채용을 연기한 데다 청년층이 주로 취업하는 단기일자리마저 코로나19 여파로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60세 이상 고용률은 43.8%로 전년동기 대비 0.9%포인트 상승했다.
청년층과 노년층의 일자리 괴리감 문제가 불거지는 이유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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