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옵티머스 사기극 키운 금융당국 불감증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17 16:01

수정 2020.08.17 17:51

[기자수첩] 옵티머스 사기극 키운 금융당국 불감증
"검찰이 무혐의로 종결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봐야죠. 사모펀드운용사 234개를 3개 팀에서 맡고 있어요. 조그만 운용사에서 온갖 투서가 난무하는데, 객관적으로 모든 걸 살필 순 없어요."

지난 2017년 옵티머스자산운용을 둘러싼 비위 제보를 받고도 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를 묻는 질문에 금융감독원 관계자가 내놓은 대답이다.

5000억원대 투자자 손실을 일으킨 옵티머스 사태에서 2017년은 중요한 변곡점이다. 전·현직 대표 간에 분쟁이 일어났고, 자리를 빼앗기게 생긴 이는 왕좌에 도전하는 이에게 고발과 민원으로 저항했다.

검찰은 고소인이 소송을 취하하자 사건을 덮었다. 금감원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흔히 일어나는 해프닝이라 여기고 검찰의 결정을 그대로 따랐다. 검찰은 이듬해 옵티머스운용에 기금을 투자했던 전파진흥원의 수사 의뢰도 뭉갰다.


다가올 재앙은 이렇게 당국의 허술한 감시망 아래 시작됐다. 눈에 띄지 않았던 소형 운용사였던 옵티머스운용은 검찰과 금감원의 무관심 속에 괴물로 자라났다. 김재현 대표가 취임할 당시 491억원에 불과했던 펀드 설정액은 지난 6월 말 5151억원으로 10배 이상 불어났다.

옵티머스 사태가 공분을 일으키는 이유는 막을 수 있었던 지점들이 분명히 있었음에도 그 기회를 번번이 놓쳤기 때문이다. 사건을 취재하다 보면 '그때 막았더라면'이란 생각이 드는 구간들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당국의 변명은 다양하다. '허위고소인 줄 알았다' '인력이 부족했다' '관할범위를 벗어났다' '사모펀드는 그들만의 리그였다' 등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태도라면 앞으로 제2, 제3의 옵티머스 사태를 피할 길은 없다.


옵티머스 사태의 주범들은 다가올 재판을 대비해 화려한 변호인단을 꾸렸다. 법은 피해자들의 투자금은 지켜주지 못했지만, 혐의자들의 방어권은 지켜주고 있다.
내 주머니에서 뺏어간 돈이 원수의 소송비용으로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심정이 어떨지 가늠조차 안 된다. fnljs@fnnews.com 이진석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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