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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한국 기업이 강한 이유, K-이노베이션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24 18:05

수정 2020.08.24 18:05

[fn논단] 한국 기업이 강한 이유, K-이노베이션
코로나 재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도소매·숙박·음식, 운수, 의료, 문화 분야를 중심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수출도 4월과 5월 -20%대의 감소율을 보였고, 2·4분기 경제성장률은 예상치를 밑도는 -3.3%를 기록했다. 그러나 상대적인 국제경쟁력에 있어서 긍정적 신호로 위로를 받고 있다. 7월 들어 수출 감소율이 -7%로 한자릿수대에 진입했으며, 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세계 순위가 지난해 12위에서 브라질, 캐나다, 러시아를 제치고 올해 9위에 오를 전망이다.

이렇듯 우리 경제가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은 이유는 민간부문의 회복능력, 특히 기업의 혁신능력이 기대 이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국내 정치·사회 여건들이 갈수록 기업들을 옥죄고 있지만 지난 40년간 꾸준히 축적해 온 기술혁신 능력 덕분에 갑작스러운 위기에도 잘 버티고 있다.

세계적 경영학자인 고 김인수 교수는 한국 경제의 발전 과정에서 기술혁신이 기여한 역사적 과정을 명쾌하게 정리한 바 있다. 그는 1960년대와 1970년대 모방에 기반한 산업화 과정과 1980년대 이후 1990년대 중반까지 이뤄진 혁신의 과정을 구분해 분석했다. "해외에서 기술과 지식을 수입하고(단순 모방), 이를 자신의 이점에 맞게 개조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학습이 이뤄진 이후에(1단계 혁신), 점차 독자적인 혁신 노력(2단계 혁신)을 함으로써 기술능력을 축적해 왔다"고 서술했다.

2단계 혁신에 진입한 한국 경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반도체, IT, 바이오 등 선진국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산업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를 상징하는 대표적 사건이 1993년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이다. 이후 삼성전자는 2세대 혁신을 주도함으로써 소니를 따돌리고 TV산업 1위(2006년), 노키아를 누르고 휴대폰 1위(2012년), 인텔을 추월해 세계 반도체 1위(2017년) 등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 K이노베이션이 작동한 것이다.

K이노베이션을 상징하는 또 다른 사건은 1996년 코스닥시장 개설과 함께 등장한 중소 기술벤처의 약진이다. 이들의 혁신활동으로 IT와 인터넷 산업이 발전했다. 이와 함께 주목해야 할 혁신 주체는 동시대에 등장한 문화소프트 기업이다. 2018년 수출통계에 따르면 한류 콘텐츠산업은 산업화 시절 주력 품목이었던 가전산업을 제치고 13위 수출품목으로 떠올랐다.

매년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발표하는 주요 상품 및 서비스의 세계 시장점유율 조사에서 한국은 스마트폰·D램·OLED·낸드플래시·초박형TV(삼성전자), 대형액정패널(LG디스플레이), 조선(현대중공업) 등 7개 품목에서 1위에 오름으로써 미국과 중국에 이어 일본과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전기차배터리 산업에서도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 세계 1, 4, 7위를 기록하고 있다.

바이오 벤처기업들은 코로나 직후 불과 2개월 만에 2000억원에 달하는 진단키트를 수출했다. K팝은 세계 최대 음악시장인 미국에서 빌보드 1위 앨범을 4개나 만들어내고, 전 세계 수십억명의 인구가 한국어로 된 음악을 스트리밍하게 만들었다.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우수한 회복력을 보였던 것은 K이노베이션의 힘 덕분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민간기업의 혁신능력에 주목해야 한다.
부디 이들을 잘 지키고 키워야 할 것이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 성공경제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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