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코로나 이어 홍수·폭염·산불까지… 지구가 보내는 '경고' [글로벌 리포트]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30 17:46

수정 2020.08.30 18:33

거점 옮겨다니는 코로나
亞 시작, 유럽·美 거쳐 다시 亞·유럽
6~7월부터는 남미·아프리카로 번져
자연재해 아수라장 된 美
캘리포니아 산불로 서울 9배 불타
남부지역은 초강력 허리케인 강타
시베리아 6월 기온 영상 38도 기록
스페인·伊 등 유럽도 무더위로 신음
中 홍수로 두달간 이재민만 5천만명
한국도 51일 장마 이어져 역대 최장
코로나19 재유행을 넘어 '3차 유행' 경고가 나왔다. 전 세계적으로 잠시 주춤한 듯 보였던 코로나19는 이달 들어 다시 무섭게 번지고 있다. 게다가 바이러스는 조금씩 변형하며 대륙별 거점을 옮기고 있다. 어느 곳에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인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여름엔 이상기후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들이닥쳐 세계 곳곳이 큰 피해를 입었다. 폭염, 홍수, 허리케인 등 재앙의 연속이다.
일각에선 코로나 바이러스와 기후변화의 연관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코로나19 '3차 유행' 공포


코로나 누적 확진자 수가 600만명을 넘어 전세계 압도적 1위인 미국은 발병 거점이 이동이 뚜렷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로버트 레드필드 국장은 23일(현지시간) 미국 의학협회 저널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전체적으로 둔화하고 있지만 중부지역의 '3차 유행'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네브래스카, 오클라호마 등 중부지역에서 코로나19 신규 발병 사례가 줄지 않고 있다면서 "방역 지침을 따르지 않으면 3차 유행의 파도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 초 뉴욕주를 중심으로 창궐하던 코로나19는 지난 6월부터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애리조나, 텍사스주 등 4개주로 옮겨갔다. 그러다 이달 잠잠하던 중서부·중부가 새로운 진원지로 부상하고 있다. 8월 말 일일 확진자 수가 조지아주 3000명대, 테네시 2000명대, 사우스캐롤라이나도 1000명대로 뛰었다. 반면 뉴욕주에서는 양성 판정 비율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낮은 0.78%로 떨어졌다.

코로나19는 세계적으로 봐도 돌고 돌며 거점을 옮겨다니고 있다. 전 대륙 어느 곳도 안전지대는 없다. 지난해 말 첫 진앙지였던 중국을 시작으로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유럽에서 미국으로, 최근엔 다시 유럽과 아시아에서 재유행하는 양상을 보인다. 감염이 거의 보고되지 않던 남미, 아프리카 대륙에선 6~7월께부터 코로나19가 확산했다. 아시아, 유럽에서 한 차례 파동이 지나간 뒤 뒤늦게 번지기 시작한 것이다. 30일 기준 남미에서만 브라질, 페루, 멕시코, 콜롬비아, 칠레 등 5개국이 전 세계 누적 확진자 수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아프리카의 남아프리카공화국은 5위다.

다소 진정 기미를 보였던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에서도 이달 들어 일일 감염자 수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에 일부 국가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다시 강화했다. 프랑스 총리는 "책임감을 갖고 마스크를 써달라"며 국민들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잇따르는 극단적 자연재해


올해 세계 곳곳에선 기록적 폭염과 홍수 등 극단적인 기상현상까지 나타나 고통을 더하고 있다. 미국은 전염병에 폭염, 허리케인, 산불로 아수라장이 됐다. 미 남부지역은 역대 가장 강한 바람을 몰고 온 초강력 허리케인 '로라'가 휩쓸었다. 27일 루이지애나, 텍사스주 등을 강타한 허리케인 로라로 최소 6명이 숨졌고, 80만가구 이상이 정전됐다. 로라는 지난 2005년 큰 피해를 낸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위력을 능가했다.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지역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주에선 현재 기록적인 폭염에 대형 산불까지 겹쳤다.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 기온은 8월 중순 섭씨 54.4도까지 치솟으며 107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폭염에 따른 전력 부족으로 캘리포니아주는 19년 만에 3단계 전력 비상사태를 선포됐다. 대형 산불도 600건 넘게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서울의 9배가 넘는 면적이 불에 탔다.

기후 재앙은 미국에만 두드러진 현상이 아니다. '겨울왕국' 시베리아에도 폭염이 닥쳤다. 러시아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6월 20일 시베리아 베르호얀스크의 기온이 38도까지 올랐다. 1885년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온도다. 이곳의 1월 평균기온은 영하 42도로 세계에서 가장 추운 지역이다.

유럽 국가들도 올해 고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스페인 산세바스티안 지역은 관측 이래 최고치인 42도를 찍었다. 이탈리아는 14개 도시에 폭염 비상경계령을, 프랑스는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는 101개 구역에 경보를 발령했다.

반면 아시아권에는 물폭탄이 떨어졌다.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등에선 최근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중국은 6~7월 '대홍수'로 수재민이 5000만명을 넘었고, 인도 뭄바이엔 47년 만에 하루 동안 가장 많은 비가 내리기도 했다.
한국도 역대 최장 장마기간(51일)을 기록했다.

올해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더 자주 발생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저명한 기후과학자 영국 런던대 크리스 래플리 교수는 BBC에 "매년 기온 기록이 깨지고 있는 건 지구에서 오는 경고 메시지"라며 "우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그 경고장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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