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구본영 칼럼] 거여 정책·입법 독주 멈춰야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31 18:08

수정 2020.08.31 18:08

오만이 국민 등돌리게 하고
편견이 인재 국정참여 막아
국민 힘모아야 文정부 성공
[구본영 칼럼] 거여 정책·입법 독주 멈춰야
4·15총선 압승을 동력으로 정부·여당이 독주 모드다. 임대차3법 등을 일방 처리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주춤하는가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과 함께 지지율 반등 조짐이 보이자 기세를 되살리고 있다. 지난주 국무회의에서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규제3법 의결이 신호탄인 듯하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센 세제를 쓸어 담은 23회의 부동산대책과 임대차3법이 빚은 진풍경을 보라. 곳곳에서 불협화음만 요란하다. 보유세·양도세·종부세 등 '3종 폭탄'을 맞은 다주택자들의 푸념은 그렇다 치자. 집값과 전세가가 동시에 치솟자 무주택자들의 좌절감이 더 커졌다.
전세 기간 연장과 월세 전환 문제로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이 속출하고 있다. 갈데없는 1주택자들도 세금에 가위 눌려 잠 못 이루는 판이다.

얼마 전 일방적 공공의대 신설 발표로 의료계와 대치전선이 형성됐다. 그럼에도 거여는 '나홀로 국정'을 이어갈 태세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임명도 강행할 참이다. 공수처법을 우격다짐으로라도 고쳐 야당의 처장 비토권을 박탈하겠다는 것이다. '권력비리' 대신 '권력비리 수사'를 없애려는 의도가 드러났는데도 말이다. 의석수에 밀려 힘을 못 쓰는 야당과의 협치엔 연연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이에 따른 여론은 여론조사 기관별로 들쭉날쭉 하긴 한다. 한때 39%까지 떨어졌던 문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주말 47%로 반등했다(한국갤럽). 하지만 이는 일부 종교단체 중심의 8·15 광화문집회가 코로나19 재확산의 빌미를 제공한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국정 지지율의 '추세적 하락' 징후는 그 방증이다. 실질적 성과 없는 독선적 국정으로 국민과의 불화가 알게 모르게 깊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요즘 조은산이란 민초의 청와대 청원 '시무 7조'가 화제다. "경자년 여름, 정책은 난무하나 결과는 전무하여 허망하고…"라는 그의 지적에 네티즌이 폭발적 반응을 보이는 까닭이 뭔가. 문재인정부 3년을 돌아보면 답은 나온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청년실업은 사상 최대치다. 최저임금 과속과 무차별적 주52시간제를 밀어붙였지만 사회적 약자들의 한숨만 깊어졌다. 탈(脫)원전도 국내 산업 생태계를 초토화하면서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기후악당이란 원성만 더 키우지 않았나.

"편견은 내가 타인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타인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 속 명대사다. 여권에 대한 지지율의 '경향적 저하' 기조는 오만의 누적과 무관치 않을 듯싶다. 임기 말에 '캠코더(선거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 같은 편 가르기가 심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편견에 사로잡혀 유능한 인물을 등용하지 못하면 '국정 무능'으로 귀결되기 마련이어서다. 현 정부가 자랑하는 K방역의 성공 비결을 곱씹어보자. 방역당국이 의료진과 진단키트 업체 등 전문가의 고언에 귀를 기울이고 국민의 협력을 이끌어냈기에 가능했다.

그렇다면 여권이 이제라도 정책·입법 독주를 자제해야 한다.
8월 29일 전당대회는 176석 거함인 여당이 항로를 수정할 좋은 기회다. 이낙연 신임 대표의 '원칙 있는 협치' 다짐이 빈말이 아니길 바란다.
문재인정부의 궁극적 성공은 '답정너(답은 정해졌으니 너는 따라만 해) 국정'의 수렁에서 벗어나야만 가능할 듯싶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