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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바이든이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이유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03 18:05

수정 2020.09.03 18:05

[여의도에서] 바이든이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이유
민주당에 이어 지난주 미국 공화당이 전당대회를 마치면서 앞으로 약 2개월 남은 미국 대선의 열기가 점차 달아오르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이전까지 50년 중 가장 낮은 실업률 등 견고한 경제성장 덕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은 높았으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도가 우세를 보이고 있다.

바이든의 우세는 그가 뛰어난 공약을 내세웠다기보다는 미흡한 코로나19 대처와 미국 경제성장 둔화, 최근의 인종갈등에 따른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에 더 큰 원인이 있다.

바이든은 과거 민주당 후보들처럼 흑인 유권자들의 지지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과거만큼 지지를 얻기가 쉽지 않다. 흑인사회에서는 더 이상 민주당에 공짜표를 주지 말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어 바이든은 안심할 수 없다.


바이든은 상원법사위원회 위원장 시절인 1994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추진한 '범죄법안' 상정에 적극적이었다. 이 법안에 포함된 삼진아웃 제도로 가벼운 절도나 소량의 마약 소지, 과거의 전과 기록까지 적용되면서 흑인 재소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2016년 한 조사에서 미국 무기징역 수감자의 78.5%가 유색인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4년 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도 퍼스트 레이디 시절 남편과 함께 이 법안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바이든의 최대 약점을 꼽으라면 잦은 실언이다. 그는 지난 5월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흑인인 방송인에게 "나를 찍지 않는 사람은 흑인이 아니다"라고 말해 인종차별 논란까지 일으켰다. 이것은 흑인 유권자는 무조건 민주당을 찍어야 한다는 다소 교만한 발언이었다. 지난달에는 중남미계인 히스패닉 사회가 "흑인 사회와 달리 대단히 다양하다"고 말했다가 해명을 해야 했다.

미국의 인기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 조 로건은 바이든이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바이든을 산 채로 잡아먹을 것"이라고 조롱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내에서 앞으로 세차례 있을 대선후보 토론회 참가를 취소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바이든의 말실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CNBC와 체인지리서치가 대선의 승부를 좌우할 수 있는 경합주에서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격차를 좁히며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버니 샌더스 지지자이지만 4년 전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고 점쳤던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가 바이든이 방심할 수 없다고 최근 밝혀 다시 눈길을 끌었다.
그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투표를 하려고 벼르고 있는 반면 바이든 지지자들은 그저 '노(no) 트럼프'만 외칠 뿐 후보에 대한 열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은 마이클 오핸른은 뉴욕타임스 기고 칼럼에서 이라크전쟁으로 곤혹에 빠졌던 조지 W 부시가 2004년 대선에서 재선된 것을 언급하면서 "미국인들은 앞으로의 계획을 알고 싶어하지 이미 저질러진 실수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고 썼다.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처에 대한 비판으로 현재 바이든 후보가 지지도에서 앞서고 있지만 4년 전 같은 역전극이 일어날 가능성은 남아 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국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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