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옵티머스 사태로 멀어진 한국판 블랙스톤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03 18:05

수정 2020.09.03 21:30

[기자수첩] 옵티머스 사태로 멀어진 한국판 블랙스톤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가 애먼 중소 사모 및 부동산·대체투자 운용사를 흔들고 있다. 수탁은행 등 수탁사, 증권사 등 판매사들의 외면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투자자(LP)가 확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소 운용사들의 펀드 수탁·판매 제안을 거부하는 집단행동까지 보이고 있다.

이는 금융당국이 5년간 쏟아부은 PEF 활성화를 무위(無爲)로 만들고 있다. 한국에도 블랙스톤 같은 PEF를 만든다는 꿈이 멀어지고 있는 셈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근 만난 중소 운용사 A 대표는 "블랙스톤(1985년 설립, 2019년 기준 운용자산 약 593조원 규모)은 설립한 지 20년도 안됐다. 처음부터 자본시장을 주도하는 PEF는 아니었다"며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로 수탁사와 판매사가 중소 운용사에 소극적으로 나서게 되면 신생사는 나올 이유가 없어진다"고 토로키도 했다.

실제로 B 수탁은행은 설립된 지 최소 1~2년 이상 된 PEF에 한정해 수탁은행 업무를 한다는 내부지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를 중심으로 LP들도 딜(거래)을 떠나서 설립된 지 1년 이상 된 사모 운용사에만 투자한다는 방침을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신생사뿐만 아니라 대형사도 상황은 좋지 않다. C자산운용, D자산운용은 해외 딜과 관련 LP 유치에 성공했지만 수탁은행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옵티머스자산운용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사실상 수탁업무가 '올스톱'이기 때문이다.

공모펀드는 일반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 및 규제가 필요하다. 사모펀드는 투자자가 49인 이하인 만큼 전문투자자가 투자 결과에 대한 책임 및 과실을 향유한다. 사모(私募)의 공모(公募)화를 막고, 전문투자자 중심 PEF 활성화를 추진하는 것이 현재의 해법이다.


사모 운용사에 대한 포비아(혐오)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탁사와 판매사가 사모 운용사에 대한 장벽을 만들기보다 협력해 안정된 시장을 만드는 것이 서로 살길이다.
미래의 큰 고객이 될 수 있는 운용사를 지금 규모만 보고 외면하는 것이야말로 '배임'이다.

ggg@fnnews.com 강구귀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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