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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매물 정보, 카카오에 못 줘" 네이버 과징금 10억

© News1 장수영 /사진=뉴스1
© News1 장수영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부동산 정보업체가 자신들에게 제공한 부동산 매물정보를 카카오에게는 주지 못하도록 한 행위에 대해 네이버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금 및 과징금 10억원을 부과받았다. 네이버는 "특허를 확보한 확인정보매물"이라며 반발하고 나섰지만 공정위는 독과점 플랫폼 사업자인 네이버가 지배력을 남용해 거래를 방해한 방위라고 봤다.

■네이버 "카카오에 정보 제공제공시 계약 즉시 해지"
공정위는 네이버가 부동산 정보업체(CP·Contents Provider)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자신에게 제공한 부동산 매물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지 못 하도록 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0억32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2003년 3월부터 부동산 매물정보 제공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온라인 부동산 정보 플랫폼 시장은 1990년대 말부터 부동산114, 부동산뱅크 등 부동산정보업체들이 설립되면서 성장하는 중이었다.

네이버는 초창기만해도 공인중개사들로부터 직접 매물정보를 수집해 제공했다. 그러나 CP들의 매출 감소 등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네이버는 2013년 CP가 중개사로부터 받은 매물을 본인들이 검증해 네이버 부동산에 '확인 매물'을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사업모델을 바꿨다.공정위는 당시 네이버가 매물건수, 트래픽 등 업계 1위의 사업자로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부동산정보업체 입장에서는 매물정보를 더 많은 소비자에게 노출하기 위해서는 네이버와의 제휴가 필수적이었던 것이다.

네이버의 매물정보 공급구조 /사진=공정위 제공
네이버의 매물정보 공급구조 /사진=공정위 제공

카카오의 매물정보 공급구조 /사진=공정위 제공
카카오의 매물정보 공급구조 /사진=공정위 제공

2015년 카카오는 네이버처럼 사업모델을 바꾸기 위해 네이버와 제휴된 총 8개의 부동산정보업체 중 7개 업체와 매물제휴를 추진했다.

이런 움직임을 파악한 네이버는 부동산 정보 업체들에 "재계약 때 부동산매물검증센터(KISO)를 통해 확인된 '확인매물정보'는 제3자에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삽입하겠다"고 통보했고, 업체들은 네이버와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카카오에 제휴가 불가능하다고 알렸다.

실제로 2015년 5월, 네이버는 부동산정보업체들이 카카오에 매물정보를 제공하지 못 하도록 계약서에 확인매물정보의 제3자 제공금지 조항을 삽입했다. 또 2016년 5월,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부동산정보업체가 확인매물 제공금지조항을 위반할 경우 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도록 명시적인 패널티 조항도 추가했다.

제휴에 실패한 카카오는 2017년 네이버와 매물제휴 비중이 낮은 부동산114와 업무제휴를 다시 시도했다. 그러자 네이버는 '확인매물정보뿐 아니라 KISO에 검증을 의뢰한 모든 매물정보에 대해서도 3개월간 제3자 제공을 금지하겠다'고 업체들에 통보했다.

부동산114는 매물정보의 제3자 제공금지 조항이 불공정 조항으로 보인다며 네이버에게 삭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네이버는 부동산114를 압박해 카카오와의 매물제휴를 포기하게 하고 해당 계약을 체결했다.

■네이버, 문제 조항 삭제…"공정위가 혁신적 노력 외면"
네이버는 2017년 11월 업체들과의 계약서에서 문제가 된 조항을 삭제한 상태다.

공정위는 이 사건으로 인해 카카오가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됐다고 봤다. 카카오의 매물량과 매출이 급감했고, 2018년 4월 이후 카카오는 부동산 서비스를 주식회사 직방에 위탁해 운영중이다. 반면 네이버는 관련 시장 내 시장지배력은 더욱 강화됐고, 최종소비자의 선택권이 감소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공정위는 판단한 것이다.

(네이버 제공)© 뉴스1 /사진=뉴스1
(네이버 제공)© 뉴스1 /사진=뉴스1

네이버는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네이버가 경쟁사 카카오에게 제3자 제공 금지 조항을 통해 막은 것은 네이버가 수십 억원의 비용을 들여 개발해 특허를 확보한 '확인정보매물'이지 일반 매물이 아니어서다. 특히 네이버는 법적·제도적 대응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언급, 향후 공정위에 행정소송에 나설 지 주목된다.

네이버는 알림자료에서 "공정위는 네이버의 혁신적 노력을 외면한 채 오히려 정당한 권리 행사를 위법하다고 판단했다"면서 "무임승차 행위를 눈감게 되면 궁극적으로 이용자 후생이 손상될 것으로, 네이버는 정당한 권리를 보호받고 부동산 정보 서비스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법적·제도적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카카오의 행위를 '무임승차'로 규정하면서 "카카오가 네이버 확인매물정보를 아무런 비용없이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네이버는 지식재산권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제3자 제공 금지조항을 넣었다"면서 "카카오는 네이버 확인매물이 아니라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매물 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네이버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매물정보 수집도 CP가 전부 다 하고, 확인매물정보 검증 시스템 비용과 해당 정보로 법적 분쟁이 생길 경우 책임도 업체가 부담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확인매물검증시스템이 마치 본인들의 지식재산권인양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고 반박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송상민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 ppkjm@newsis.com /사진=뉴시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송상민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 ppkjm@newsis.com /사진=뉴시스

■네이버 쇼핑, 동영상 제재 아직 남아
이번 사건은 공정위의 ICT분야 특별전담팀이 출범한 이래 조치한 첫 번째 사건이다.
송 국장은 "독과점 플랫폼 사업자가 지배력을 남용해 거래상대방이 경쟁사업자와 거래하는 것을 방해한 행위(멀티호밍(multi-homing) 차단)를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공정위는 조성욱 위원장 취임 후 포털과 쇼핑몰, 배달앱 등 온라인 플랫폼 불공정행위 제재 기준을 마련하고 감시에 나서겠다고 밝혀온 바 있다.

송국장은 "남은 네이버 쇼핑 건은 지난달 19일 전원회의가 있었고 합의 속개 상태이며, 네이버 동영상 건은 이달 중 전원회의가 열린다"며 "앞으로도 공정위는 시장을 선점한 독과점 플랫폼이 경쟁사업자를 배제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박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