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반세기전 韓서 봉사한 미국 여교사와 제자들의 영화같은 인연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06 15:10

수정 2020.09.06 19:10

[파이낸셜뉴스] 내년에 미 평화봉사단 설립 60주년을 앞두고 초기에 봉사단에서 활동했던 미국인 여교사와 한국인 제자들간의 인연이 뒤늦게 주목 받고 있다. 평화봉사단 일원으로 지난 1960년대 한국에서 영어 교사로 봉사했던 미국인 여교사와 제자들 사이의 인연이 40여년이 지난 뒤에야 다시 이어진 것이다.

미 평화봉사단은 케네디 대통령이 '인생의 2년을 개도국에서 봉사해 세계 평화에 기여하자'는 캠페인을 하면서 1961년에 설립했다. 미 국무부 크리스토퍼 힐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미 국무부 캐슬린 스티븐스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 미 국무부 제럴드 앤더스 한국과장 등이 미 평화봉사단 출신이다.

마거릿 J. 휘틀리 여사
마거릿 J. 휘틀리 여사
이번 사연의 주인공은 지난 2011년 휴지(休·止, 원제목: 세상과 싸울 필요 없습니다)라는 에세이 한국어판을 낸 저자 마거릿 J. 휘틀리 여사다.

그는 하버드대 박사 출신으로 브리검영 대와 케임브리지 카리지 교수를 역임했다.
지난 1960년대에 한국에 평화봉사단으로 내한해 전남 광주고에서 지난 1966~68년 영어교사로 재임했다.

휘틀리 여사는 한국에서 영어교사로 활동할 당시에 '메기 이모'라고 불리면서 학생들과 친분을 쌓았다. 제자들은 주말에도 휘슬리 선생님이 머물던 집에서 영어공부를 하면서 이국적인 선생님을 이모, 누나처럼 따랐다.

휘틀리 여사는 근무 첫 해에 남자고등학생들만 모인 광주고에서 유일한 여자 교사인데다가 외국인이라는 점때문에 연일 학생들에게 주목 받았다.

휘틀리 여사는 한국인의 가정에서 생활하면서 한국인들과 깊은 인연을 쌓으려고 노력했다.

휘틀리 여사는 "광주고 학생들과 광주에서 함께한 시절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먼 장래를 설계하는데 도움을 준 경험들의 한 부분이 되었다"고 훗날 전했다. 그는 또한 "한국인들은 몇세기에 걸친 수없이 많은 고난을 인내로 극복해온 민족이다. 그러면서도 항상 유머감각을 지니고 가족에 대한 깊은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고 제자들에게 소식을 전했다.

휘틀리 여사는 지난 2000년 초 내한해 봉사했던 광주를 방문했고 광주고 교사로 근무했던 현 장휘국 광주교육감과 만나기도 했다. 또 세브란스병원 의사로 일했던 제자 박재황씨가 미국에서 연락을 취하니 휘틀리 여사는 머물던 유타주에서 뉴욕까지 방문해 만남을 가졌다.

마거릿 J. 휘틀리 여사(가운데)는 지난 1966~68년 광주고에서 영어 교사로 봉사활동을 했다. 제자인 서울중구문인협회 이두백 회장(왼쪽)이 제자들과 사연을 광주고 17기 졸업 50주년 기념문집에 담았다.
마거릿 J. 휘틀리 여사(가운데)는 지난 1966~68년 광주고에서 영어 교사로 봉사활동을 했다. 제자인 서울중구문인협회 이두백 회장(왼쪽)이 제자들과 사연을 광주고 17기 졸업 50주년 기념문집에 담았다.
이같은 미국인 여교사와 제자들 사이의 애틋한 사연은 휘틀리 여사에게 영어를 함께 배웠던 제자중에서 이두백씨(서울중구문인협회장)와 캐나다에서 교민신문 '빅토리아투데이'를 발간하는 신치우씨가 스승의 연락처를 수소문 끝에 찾아내면서 알려지게 됐다.

휘틀리 여사에게서 영어를 배운 이씨는 대학에서 한국법과 영국법을 전공했고 울산 현대중공업, 목포 현대삼호중공업에서 근무했다. 근무기간에 외국인 바이어들과 영국법에 의해 체결한 선박건조계약서의 분쟁 해결 역할을 했다.

이씨는 은퇴 이후에 휘틀리 여사처럼 봉사활동에도 관심을 가져, 부인과 함께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또 작가로 활동한 휘틀리 여사처럼 서울중구문인협회장을 맡으면서 지역 문인 모임을 주도하고 있다.
이씨의 아들도 미국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이씨는 광주고 17기 졸업50주년 기념문집 발간을 주도하면서 졸업생들의 70살 인생 이야기를 담으면서 휘틀리 선생님과 주고 받았던 편지를 함께 담았다.
문집을 발간한 광주고 17회 동문들은 지난 1989년부터 31년간 꾸준히 회보를 발간해왔으며, 한국 기네스 등재를 신청중이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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