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중 첨단무기는 왜 남중국해로 총출동했나 [글로벌 리포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06 16:44

수정 2020.09.06 18:21

신냉전 화약고 된 남중국해
美 첩보용 고고도 정찰기 띄우자
中 잠수함탄도미사일 쏘아올려
美 ICBM 미니트맨 3 또다시 발사
인도 역시 남중국해에 군함 파견
필리핀·베트남·일본도 中에 경고
대만해협도 미-중 군사력 사정권
중국이 '앞바다'처럼 여기지만
美 군함 올해만 9번 통과하며 자극
中관영지 "전쟁 일어날 수 있다"
미-중 첨단무기는 왜 남중국해로 총출동했나 [글로벌 리포트]
미-중 첨단무기는 왜 남중국해로 총출동했나 [글로벌 리포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해상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오래된 분쟁 해역인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을 넘어 서해, 센카쿠 열도(중국 명 댜오위다오) 해협 등까지 곳곳에서 군사적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양국의 활동은 표면적으론 자국 영유권 행사나 동맹 보호를 위한 군사훈련, 자유항행의 권리다. 하지만 현재 상황이 '신냉전 구도'이고 점차 격화되는 시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주장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 공동된 평가다. 오히려 상대국에게 어떤 식으로든 견제와 압박을 가해 해양 세력권을 확대하겠다는 해석에 설득력이 있다. 분쟁 자체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공세가 아닌 만큼 '힘겨루기'의 무게 추는 아직 팽팽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전쟁', '국지전'이 올 수 있다는 의견도 등장한다. 말 그대로 조그만 자극해도 터질 수 있는 일촉즉발 형국이다.

6일 주요외신과 미중 정부에 따르면 미 공군은 2일 0시3분(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모의 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 3을 쏘아 올렸다. 지난달 4일에 이어 한 달여 만에 이뤄진 미사일 시험 발사다. 미니트맨 3은 태평양 마셜제도의 콰절레인 환초까지 6759㎞를 날아갔다. 미 공군의 ICBM발사는 중국 보유 핵탄두가 200기 이상이며 향후 10년간 최소 두 배로 늘어날 수 있다는 자국 국방부 발표(2020 중국 군사력 보고서) 다음 날 전격 실행됐다. 따라서 발표와 미사일 발사는 중국 등에 경고성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ICBM 작전을 총괄하는 미 공군지구권타격사령부(AFGSC)는 "이번 시험 발사는 미국의 핵 억지력이 안전하고 믿을 수 있으며 효과적이라는 것을 입증한다"면서 "ICBM 부대는 미국 전략군을 뒷받침하고 동맹국을 보호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마셜제도 북서쪽엔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이 위치해 있다. 좀 더 북쪽으론 서해다. 미니트맨의 사정거리는 1만3000㎞에 달한다. 만약 미니트맨이 표적을 바꿀 경우 남중국해 등까지 충분히 도달할 있는 제원이다. 미국의 미니트맨 활용도는 과거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분쟁국에 대한 경고가 필요할 때 미니트맨을 주로 사용해 왔다. 그 동안은 주로 북한이 대상이었다.

하지만 현 상황은 북한보다는 중국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최근 두 차례의 미니트맨 시험 발사 당시에는 북한 핵탄두 소형화에 대한 유엔 평가가 나오긴 했지만 북한의 직접적인 도발은 포착되지 않았다.

서로 꺼내든 美中 '레드카드'


반면 미중 갈등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첫 미니트맨 발사 시점엔 무역, 외교 등에 대한 갈등 외에 군사적 견제도 고조됐다. 중국 남부전구 해군 항공대는 지난 7월말 훙-6G와 훙-6J 등 신형 폭격기를 동원해 남중국해에서 공격훈련을 전개했다. 이 훈련은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 훈련 및 항행 빈도를 늘리고 중국 광둥성 연안에 대한 정찰을 강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남중국해 영해 및 해양자원에 대한 중국의 일방적 권리 주장은 불법"이라고 주장했으며, 중국 군사전문가 왕윈페는 기고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재선을 위해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황옌다오) 등에 대한 기습공격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미국은 며칠 뒤 마셜군도의 콰절레인 환초로 미니트맨 3기를 발사했다. 당시에도 일부 군사 전문가는 북한뿐 아니라 중국에 대한 견제 의미가 포함된 공개 시험이라고 평가했다.

두 번째 미니트맨 발사 전에는 남중국해를 놓고 미중 양국이 군사훈련을 잇따라 주고받았다. △8월 22일~23일 중국의 남중국해 실탄 사격 훈련 통보 및 이 지역 비행금지구역 설정 △25일 미국 첩보용 고고도 정찰기 U-2 중국 훈련지역 상공 비행 △26일 중국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잠수함탄도미사일 4발 남중국해 향해 발사 △26일 탄도미사일 발사 징후와 궤도 추적 정찰기 중국 훈련지역 상공 비행 등으로 서로 견제했다. 미국은 여기다 남중국해 군사기지화를 위한 전초기지 건설에 참여·지원한 24개 중국 국영기업과 개인에 대한 미국 거래 및 비자발급 제한 등 '경제' 제재를 단행하면 공세를 강화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지역 내 군사활동이 날로 증가하고 있어 우리는 총을 닦다가 쏘는 일이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보도했다.

인도·동남아·일본도 '가세'


양국은 이후에도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미군 이지스 미사일 구축함인 머스틴함은 "미사일을 포함한 중국의 행동은 남중국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라고 비난하며 남중국해 파라셀군도(시사군도) 해역을 통과했고 중국은 잇따라 성명을 통해 반발하고 있다.

남중국해를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국가는 미중뿐만 아니다. 중국과 국경분쟁을 시작으로 각종 분야에서 갈등 수위가 높아지는 인도는 이례적으로 남중국해에 군함을 파견해 중국의 신경을 자극했다. 인도 정부 관계자는 "국경 충돌 발발 직후 인도 해운의 군함 한 척을 남중국해로 파견했다"면서 "이는 중국 해군과 경비 구축 상태에 영향을 끼치려는 바람이 담긴 조치"라고 말했다고 ANI 등 인도 언론이 보도했다.

필리핀에서도 한 때 미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 중국회사 제재 조치에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으며, 베트남은 중국의 남중국해 훈련에 대해 "베트남의 주권을 침해하고 남중국해 평화와 안정, 협력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고로 다로 방위상이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과 회담 자리에서 남중국해를 놓고 "(미국과)같은 생각을 지닌 나라로서 협력을 심화해야 한다"고 편을 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의 개입이 남중국해 문제의 근원"이라면서 "미국의 이익과 글로벌 야심에만 부합하며 지역 국가들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재차 경고했다.

'일촉즉발' 대만해협


남중국해와 더불어 미중 군사력 사정권에 들어간 곳이 대만해협과 서해다. 이 가운데 대만해협은 남중국해보다 군사충돌의 우려가 높은 곳으로 평가된다.

대만해협은 대만과 중국 대륙 사이의 길이 400km, 폭 180km의 해역이다. 대만·중국 관계를 뜻하는 양안관계는 양국의 상징적 군사분계선 역할을 하는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서안의 중국대륙, 동안의 대만이 마주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국은 여기를 '앞바다'처럼 여긴다.

대만해협은 국공 내전(중국 국민당·공산당 내전)이후 군사적 대치 상황이 계속되고 있으며 최근엔 미국이 대만에 힘을 실어주면서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실제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은 지난달 31일 대만해협을 통과하며 중국의 신경을 재차 자극했다. 미 군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한 것은 올해만 9번째다.

미 CNN방송은 "대만해협에서 미군이 벌이는 이러한 작전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미국이 대만 편에 서서 싸우겠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극도로 위험한 행동"이라며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 서남쪽 구역에 군용기 한 대를 선회 시키며 대응했다. 중국은 군용기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침범하기도 했다.

대만도 가만히 있지 않고 있다. 대만은 F-16 전투기를 중국과 가까운 펑후섬에 전진 배치하는 등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대만 국방부는 2020년 중국군 군사력 분석 보고서에서 '중국군이 2020년까지 대만에 대한 전면적인 무력 사용의 작전 준비를 마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진 환구시보의 후시진 총편집인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현재 중국과 대만이 충돌 직전까지 갔던 1996년 대만해협 위기 이래 무력충돌이 발생할 위험이 가장 높은 시기"라고 진단했다.

서해의 경우 중국이 해상훈련을 위해 설정한 비행금지구역에 포함됐고 미 정찰기는 이런 비행금지구역에 진입했었다.
중국은 이달 2~4일 서해에서 실탄 훈련을 벌이기도 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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