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금융 디지털화' 못 따라오는 당국

윤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07 18:05

수정 2020.09.07 18:05

[기자수첩] '금융 디지털화' 못 따라오는 당국
"모바일 신용대출에 괜히 불똥이 튈까 봐 걱정입니다."

최근 정부가 급증한 신용대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하자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숨을 쉬며 이같이 말했다. 만약 정부가 신용대출 규제를 강화하면 당장 '모바일 신용대출'이 첫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모바일 신용대출 시장 규모는 최근 눈에 띄게 급증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더욱 탄력을 받았다.

올 상반기에만 5대 시중은행의 모바일 산용대출 상품 규모는 9조5700억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당장 은행의 이자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감도 있지만 이면에는 다른 고민이 깔려 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한다. 앞으로 은행들의 비대면 금융상품 개발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바일 신용대출은 편리함 때문에 고객이 몰렸지만 한편에서는 신용대출을 늘린 주요 이유로 평가받는다. 만약 당국이 대출규제에 나서면 모바일 부문도 강화될 수밖에 없고, '편리함'을 내걸었던 은행들은 새로운 비대면 서비스 전략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당국은 아직 신용대출 규제와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한다는 점에서 각종 디지털 정책을 추진 중인 은행권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금융 디지털화를 가속화하는 은행들과 당국의 시각차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은행 영업점 축소 사례'가 대표적이다. 은행권은 언택트(비대면) 문화 확산에 따라 영업점을 줄이는 대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융당국은 고령층 등 소비자의 불편함이 커질 수 있다며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업무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 업계와 당국이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비대면 서비스나 금융상품을 선보일 때마다 금융소비자 보호 등을 강조해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언택트 문화가 빠르게 자리잡은 만큼 금융 디지털화 속도도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당국과 이 같은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금융권과 더 활발히 소통해야 할 때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금융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