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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디지털 트윈과 정책 결정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09 18:06

수정 2020.09.09 18:06

[fn논단] 디지털 트윈과 정책 결정
도시 경영은 쉽지 않다. 시민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해 멋진 도시를 만드는 것은 도시건설 게임으로 유명한 가상의 '심시티' 원리보다 훨씬 어렵다. 고급 일자리, 우수한 환경여건 조성, 원활히 흐르는 교통체계, 질 좋은 교육시스템 등 산적한 문제를 다른 도시보다 더 훌륭하게 해결해야 한다.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처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겠다. 코로나19로 우리의 일상이 급격히 변하면서 산업 생태계 전반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교육, 헬스케어, 교통, 물류, 제조 등 각 영역에서 코로나19가 가져올 구체적인 변화상을 예측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트윈(쌍둥이)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가 접하는 물리적 현실을 똑같이 만들어진 사이버세계로 이식해 보자. 그 가상의 세계는 디지털 트윈이란 이름하에 기계와 장비, 사물 등의 현실을 컴퓨터 모델 속에서 동일하게 구현한 것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이 만든 개념으로, 소프트웨어로 가상의 실체를 만들어 시뮬레이션해 실제 제품을 만들어 작동시킬 때 발생할 문제점을 도출하고 해결하려는 기술이다.

롤스로이스는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제트기의 엔진 고장을 97%가량 예측해낸다. 물리적인 엔진의 축소모형을 이용해 실제 기계의 성능을 디지털 모델로 시뮬레이션한다. 그 결과 성공적인 비행 인증을 받기 위해 거쳐야 할 엔진 관련 엄격한 시험을 통과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크게 줄어들었다. 비행 중 팬 하나가 고장났을 때 엔진 성능이 어떻게 달라질지 쉽게 알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은 모니터링에서 시작하나 그 이상이어야 한다. 공정 관리자의 태블릿에 제어 프로그램을 심는다. 이후 생산과 소비의 전 과정에서 설치된 센서를 통해 발생하는 신호나 정보가 태블릿 속 디지털 트윈에 실시간으로 반영된다. 제품이나 공정의 디지털 트윈 프로그램 공유자는 언제 어디서나 제품 관련 문제 발생 여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돈이 많이 들어, 생명이나 신체와 연계돼 위험해서 실제 하기 어려운 것을 가상의 공간에서 얼마든지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묘미가 디지털 트윈 기술에 있다. 다만 모니터링과 시뮬레이션 단계에 머문다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사용해 현실의 세계를 평가한 후 더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개선이 이뤄질 지점을 정확히 식별해야 한다. 센서에서 수집한 다양한 정보를 정교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예측능력을 높임으로써 개선이 이뤄진다. 제품이나 공정이 이렇게 제작·관리되면 생산 오류로 인한 비용과 손실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의 니즈에도 한층 부합할 수 있다.

정책에도 디지털 트윈의 원리를 적용할 수는 없을까. 가상공간에 실제 도시와 동일한 도시를 구축하고 인구분포, 안전, 복지, 환경, 상권, 교통 등 각종 도시행정을 시험해 검증하는 데 디지털 기술이 활용 가능하다. 정책이 더 나은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이라 할 때 디지털 트윈의 원리는 정책 결정과정에 제대로 적용돼야 한다.
정책의 디지털 트윈은 소음이나 잘못된 대중의 요구를 멀리하되 민의를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그래야 정책의 투명성, 지속가능성이 확보되고 신뢰받는 행정이 구현된다.
집단지성을 기반으로 최적의 솔루션이 도출돼 최선의 적절한 조치를 취할 때 정책에 있어서 디지털 트윈 기술의 역할이 구현되는 것이다.

■약력 △52세 △연세대 경제학과 △미국 미시간주립대 금융학 석사 △연세대 대학원 기술정책협동과정 박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심의관
조원경 울산시 경제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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