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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폰 출하 내년 3분의 1 토막… 삼성·애플 중심 시장재편 [화웨이 제재 D-1 ‘폭풍전야’]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13 17:51

수정 2020.09.13 18:16

화웨이, 구글 못쓰고 부품도 바닥
시장점유율 4.3%까지 추락 예고
샤오미·오포·비보 등도 수혜 전망
화웨이 통신장비도 장기적 타격
삼성전자 유럽진출 등 기회잡아
화웨이폰 출하 내년 3분의 1 토막… 삼성·애플 중심 시장재편 [화웨이 제재 D-1 ‘폭풍전야’]
미국의 화웨이 추가 제재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저가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확 줄어들고,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 제재가 장기화하면 화웨이가 약 30%를 장악하고 있는 네트워크 장비시장에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스마트폰 시장 삼성·애플 등 차지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스마트폰에 구글모바일서비스(GMS)를 탑재하지 못하고 있다. 15일부터는 미국과 제조공정이 연관돼 있는 부품을 사실상 모두 살 수 없게 된다. 비축한 부품이 있다 하더라도 올 연말께엔 관련 부품이 소진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웨이가 출시 중인 스마트폰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깔 수 있다.
다만 앱장터인 '구글 플레이'를 쓸 수 없고 크롬 브라우저, 지메일, 유튜브 등의 앱도 깔 수 없다. 화웨이는 연말께 자체 개발한 훙멍(영문명 하모니) OS를 깔겠다고 공언했지만 사실상 중국 이외 소비자에게 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화웨이의 글로벌 시장 스마트폰 출하대수는 올해 약 1억9000만대에서 2021년에 약 5900만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화웨이가 빠진 자리를 삼성전자와 애플, 샤오미, 오포, 비보 등이 빠르게 채울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의 출하대수는 올해 2억6550만대에서 내년 2억9500만대로, 애플 역시 1억9270만대에서 2억3570만대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15.1%로 예상됐던 화웨이 점유율은 내년에 4.3%로 곤두박질치고, 삼성전자는 21.0%에서 21.5%로 소폭 상승하게 된다.

SA는 "부품 재고부족 등으로 화웨이의 공급이 줄어든 빈자리는 삼성전자, LG전자, 애플뿐 아니라 샤오미, 오포, 비보 등이 함께 가져갈 수 있다"면서 "다만 화웨이의 P시리즈나 메이트 시리즈 등 프리미엄 시장에선 삼성의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 시리즈, 애플의 아이폰 등으로 소비자들이 옮겨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SA는 "미국의 추가 제재로 화웨이는 퀄컴 칩뿐 아니라 미디어텍, 유니삭 등을 포함해 미국의 디자인과 기술, SW, 기기를 쓰는 모든 제품에 접근이 차단됐다"면서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있지만 적어도 2021년까지는 제재조치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장기 제재하면 통신장비 시장 변화


통신장비 시장의 경우 단기 영향보다는 장기적 영향이 더 클 전망이다.

우선 화웨이는 중국뿐 아니라 유럽, 아프리카 등 해외 시장을 공략해 통신장비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통신장비는 망 안정성 때문에 제재가 있더라도 타 브랜드 장비로 단기간에 바꾸는 게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이동통신사들이 교체계획을 세우더라도 장비를 교체하는 데는 짧아도 5년 안팎의 시간이 걸린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미국의 제재가 5년 이상 갈 경우 통신장비 시장 역시 변화가 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에 8조원 규모의 장비계약을 따냈지만 아직까지 유럽 시장에는 진출한 적이 없다. 노키아, 에릭슨 등 토종 유럽 업체가 버티고 있는 데다 가격경쟁력이 높은 화웨이가 있어 치고 들어갈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그룹에 따르면 올 상반기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는 31%를 점유해 1위를 지키고 있고 노키아(14%), 에릭슨(14%) 등이 각각 2·3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일본 등을 공략 중이지만 현재까지는 세계 시장에선 10% 미만의 점유율을 지키고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장비는 특정 회사의 제품을 쓰게 되면 업그레이드할 때도 같은 제품을 쓸 경우 운용이 편리하고 망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 단기간에 교체하기는 불가능하다"면서 "미국의 제재가 장기화한다면 유럽 통신업체들의 점유율이 소폭 높아질 수 있고, 삼성 역시 새 시장을 개척할 가능성을 엿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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