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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납품업체 갑질’ 농협유통 과징금 3억 취소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14 11:28

수정 2020.09.14 11:28

법원, ‘납품업체 갑질’ 농협유통 과징금 3억 취소

매출을 허위로 일으켜 납품업체에 수수료를 받아 챙기거나 재고를 부당하게 떠넘긴 혐의로 농협유통에 부과된 과징금 4억여원 중 3억여원을 취소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3부(이상주 부장판사)는 농협유통이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 명령을 취소하라”며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부과한 4억5600만원 가운데 3억1200만원을 취소하고 시정명령은 유지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월 수도권 지역 농협하나로마트 운영 법인인 농협유통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5600만원, 과태료 150만원을 부과했다. 농협유통이 2010∼2017년 법에서 정한 요건을 위반한 채 납품업체에 제품을 반품하거나 종업원을 파견받았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에 따르면 농협유통은 2014년 1월∼2017년 7월 18개 납품업자와 제주 옥돔 세트 등 냉동수산물 직매입거래를 하면서 4329건(약 1억2000만원어치)을 정당한 사유 없이 반품한 것으로 조사됐다.


농협유통은 부당하게 납품업자의 종업원을 사용한 혐의도 받는다. 2010년 3월∼2012년 9월까지 냉동수산물 납품업자가 임금을 부담하는 종업원 47명을 서면 약정 없이 파견받았다가 적발됐다.

농협유통은 명절 매출 목표량을 맞춘다며 가짜 매출을 올리고는 수수료를 받기도 했다.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은 2010년 9월∼2011년 2월 냉동수산물 납품업자 명의로 약 3억원에 달하는 가짜 매출을 일으켰다.

농협유통은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명절 선물세트는 계약기간이 명절 전후 45일 정도로 한시적이었으며 납품업자들은 명절 후 거래대상 상품들이 모두 반품될 것을 예상할 수 있었고 반품동의서를 받았으므로 정당한 반품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납품업체 종업원 사용에 대해서는 “납품한 상품 진열, 판매 등 보조참가인을 위한 업무에만 종사했고, 원고가 이들을 원고 업무에 종사하게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수수료와 관련해선 “피고가 원고의 부당이득 금액으로 특정한 금액이 323만4000원인데도 100배에 달하는 3억1200만원의 과징금을 산정한 것은 과중하다”는 논리를 폈다.

재판부는 “표준계약서나 명절 선물세트 특별계약서에는 명절 선물세트를 명절이 지나면 상호 협의 없이도 반품한다고 규정돼 있지 않다”며 “원고가 종업원 파견을 위한 서면 약정을 하지 않거나 파견조건을 불완전하게 작성한 사실이 인정돼 근거조항인 대규모소매업고시 8조 4항을 위반한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과징금 납부명령에 대해서는 “부당한 경제적 이익 수령행위에 대한 과징금 3억1200만원은 원고가 취득한 부당이득 323만4000원의 약 1000배에 해당하는 등 과징금 산정이 지나치게 가혹해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4억5600만원 중 1억44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은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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