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아시아나항공 계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유상증자 참여와 대여금 상환 연장 등 모회사에 다시 한번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기간산업안정기금 1호인 아시아나항공은 대규모 혈세를 수혈받는 만큼 계열사 지원 금지 등 까다로운 조건이 적용된다. 이 때문에 향후 분리매각을 고려, 이들 LCC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기안기금 투입 전 자체 지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에어부산은 최근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내부적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인 아시아나항공(지분 44.17%)도 유상증자에 참여할 방침이다. 현재 규모와 대주주 참여율 등을 놓고 세부내용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1일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2조400억원의 기안기금 지원에 대해 결의했다. 향후 채권단과 계약을 체결한 뒤 기안기금이 투입되면 그때부턴 계열사 지원 금지 등 주요 특약사항에 따라 더 이상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자회사에 지원이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에어부산과 아시아나항공은 기안기금 수혈 전 이를 신속히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에어부산측은 "기안기금을 수혈하게 되면 향후 계열사 지원이 금지되는 만큼 그 전에 자본확충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측도 "증자에 참여하는 게 맞고, 세부적인 규모나 참여율 등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에어부산은 코로나19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 상반기 기준 영업손실 899억원, 단기순손실 1056억원을 기록했고, 부채규모는 지난해 말보다 1118억원 증가한 9895억원에 이른다. 자본총계는 525억원, 자본금은 520억원으로 여유금이 5억원에 불과해 부분자본잠식도 눈앞에 두고 있다.
일단 에어부산은 보유 현금액 152억원에 유상증자로 조달한 신규 자금을 더해 차입금 상환과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에어부산이 1년 내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 400억원이며, 매달 인건비와 리스료 등 고정비로 수백억원의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에어서울의 재무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아시아나항공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에어서울은 상반기 매출 454억원, 반기순손실 374억원을 기록했다. 자본총계(-403억원)도 마이너스 상태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3월 에어서울에 100억원의 운영자금 대여한 것과 관련, 최근 만기일을 6개월 더 연장했다. 지난 6월에도 에어서울은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운영자금 300억원을 빌린 바 있어 대여금은 총 400억원에 이른다.
아시아나항공이 대여금 상환일을 부랴부랴 연기한 것도 자생력이 떨어지는 에어서울의 경영환경을 고려한 조치로 분석된다. 에어서울 역시 아시아나항공에 기안기금이 투입되면 계열사 지원 금지 조건에 따라 더 이상 모회사에 손을 벌릴 수 없게 된다.
현재 업계에선 채권단이 경영정상화의 큰 틀 중 하나로 에어부산, 에어서울 포함한 자회사를 분리매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안기금 지원 조건에 '불필요한 자산매각 등 유동성 확보노력' 등이 적용돼 있어 분리매각을 명문화할 수도 있다.
다만, 이들 LCC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상이하다. 에어서울은 해를 거듭할수록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고, 모기업 지원 외 자금 조달 방안이 전무하다. 이에 에어서울이 향후 아시아나항공에 흡수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에어부산의 경우 영남지역 수요를 기반으로 코로나19 해소 시 매출과 운항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대주주는 아시아나항공이지만 영남 기반 주주들이 적지 않은 지분을 나눠들고 있어 부산 지역 사회에선 이미 이 기회에 에어부산을 향토기업으로 만들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LCC에 대한 분리매각을 실시하더라도 현재 유동성 위기가 지속되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계열사 지원이 금지되면 더 이상 지원은 힘든 만큼 어쩔 수 없이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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