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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공정경제 3법의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20 18:31

수정 2020.09.20 18:31

[fn논단] 공정경제 3법의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
지난 19일 방탄소년단(BTS)을 청년대표 연설자로 초청한 제1회 청년의 날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는 공정, 정의, 평등한 사회를 위해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공정은 촛불혁명의 정신이며, 정부의 흔들리지 않는 목표"라고 천명했다. 이날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공정'을 37회나 언급하며, 그 성과를 체감하기 위해 '공정경제 3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기서 공정경제 3법이란 지난 8월 25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의 개정안을 말한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사에서도 "문재인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렇게 문 대통령이 강조한 '공정' 자체에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런데 정부와 여당에서는 '공정경제 3법'이라고 부르는 세 법안의 개정에 반대하는 재계의 주장은 궁색한 기득권 지키기일까? 논란이 되는 주된 개정안은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도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의 선임 및 해임 시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임' 등이다.

이런 법 개정의 필요성을 살펴보면 모회사의 대주주나 그 자녀가 소유한 자회사의 불법적 행위를 통한 사익 추구를 모회사의 주주가 다중대표소송제를 통해 견제할 수 있을 것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임은 대주주에 대한 기본적 견제수단으로, 감사기능을 회복시킬 것이다. 반면 재계는 다중대표소송제가 시행될 경우 소액주주 보호보다 자회사에 대한 경영간섭과 소송위험 상승 등의 부작용만 발생할 것이며, 감사위원 분리선임으로 경쟁기업이나 투기자본이 추천한 감사가 선임될 경우 기업의 기밀정보 유출 및 단기 이익에 집착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헤지펀드에 의한 국부유출을 경험하고 지금도 행동주의 헤지펀드로부터 국내 기업들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입법사례에 비춰 재계의 주장을 단순히 기득권 지키기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다중대표소송제를 입법화한 나라는 일본뿐이며, 감사위원 분리선임을 제도화한 국가도 전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소송위험이 상승할 경우 자본조달비용이 증가해 기업가치가 하락하고, 오히려 소액주주들의 경제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 그러나 재계의 반대 주장이 일감몰아주기 근절과 대주주 견제라는 정부와 여당의 '공정'이라는 명분을 넘어설 만큼 재계가 국민과 신뢰를 쌓아왔는지에 대한 아쉬움이 넘친다.

그럼에도 경영권 보장은 기업의 가장 중요한 혁신 동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영권이 안정적인 가족기업이 다른 기업들보다 경영 효율성이 높고, 장기적인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은 이미 다수의 경영학 연구들에서 증명된 바 있다. 장하준 교수가 장기 주주에게 '가중의결권'을 주는 제도의 도입을 주장한 것도 같은 견해다. 그리고 견제는 비용을 수반함도 잊지 말아야 한다.
견제의 기능이 과도해 경영권을 침해하게 되면 대리인 비용 등으로 오히려 기업이 파산하게 된 국내 사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공정경제 3법이 기업규제 3법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재계가 주장하는 부작용을 기득권 지키기로만 치부하지 말고 완결성을 높이는 보완 입법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공정경제 3법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회계적으로 개념이 불명확한 유보소득에 대해 배당간주과세를 부과하는 세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진지한 논의가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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