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전무위(全無委)'도 문제였지만...

최경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21 18:15

수정 2020.09.21 22:47

[기자수첩] '전무위(全無委)'도 문제였지만...
[파이낸셜뉴스] 지난 20대 국회 정무위원회를 따라다닌 오명은 '전무위(全無委)'였다. 전체 국회 상임위원회 가운데 법안처리율이 가장 뒤떨어지는 위원회였기 때문이다. 정무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자동폐기 과정을 밟게 된 법안도 상당히 많았다.

당시 정무위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 배경에는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권의 정쟁이 있었다. 여야 간 법안 자체에 대한 이견은 적음에도 불구하고 법안과는 무관한 다른 정치적 갈등이 개입돼 발목을 잡는 경우가 허다했다. 대표적으로 손혜원 의원의 부친 서훈 관련 정쟁, 조국 장관 관련 정쟁 등이 있었다.
결국 20대 국회 정무위는 좋지 못한 평가를 받으며 종료됐다.

얼마전 21대 국회가 돛을 올렸고, 새롭게 정무위로 입성한 의원들도 적지 않다. 이전처럼 정쟁으로 인해 위원회가 표류하진 않을지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번 국회의 달라진 정치지형을 고려할 때 다른 성격의 걱정을 해야 할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에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에 육박하는 슈퍼여당으로 거듭났고, 정무위에서도 막강한 입법 동력을 갖게 됐다.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일사천리로 통과시킬 수 있는 힘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사전에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채 숫자의 힘을 기반으로 무리한 입법 시도가 남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벌써부터 각종 민주당발 금융규제 입법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민원인이 금융당국의 분쟁조정 권고를 받아들이면 금융사는 이를 무조건 따라야 하는 '편면적 구속력'에서부터 법정 최고금리 인하, 보험업법 개정안 등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는 야당은 물론 해당 법안과 관련된 이해당사자들과도 충분한 사전 소통이 이뤄져야 할 민감한 법안들이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대화와 타협의 기술이라고 했다.
정치인들의 행위 하나하나가 엄청난 파급력을 발생시킬 수 있는 상황에서, 대화와 타협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사달이 나게 돼 있다. 법안 처리와 관련, 20대 국회 정무위는 너무 없어서 문제였지만, 21대 국회 정무위는 너무 과해서 문제일 수 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접점을 찾아나가는 지혜는 언제나 요구된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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