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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증거기반 사회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21 18:17

수정 2020.09.21 18:17

[fn논단] 증거기반 사회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에 대한 2차 재난지원금이 곧 시행될 전망이다. 정부가 지원금 마련을 위해 편성한 총 7조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가경정예산은 국회 심의 막바지 과정에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피해를 입은 국민을 지원할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지원 분야나 방법을 놓고서는 논란이 많다.

코로나19는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규모의 새로운 사회적 위험임이 틀림없다. 기존 사회경제 체제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위험이다.
방역 울타리 내에서 작동하는 언택트(비대면) 방식의 새로운 체제가 필요하다. 이런 과도기에 새로운 위험의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필요한 정책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정책은 필요성만으로 그 타당성이 확보될 수 없다는 데 있다. 필요성과 더불어 효과성은 정책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이번 재난지원금 정책의 내용을 보면 그런 면에서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적지 않다. 그 대표적인 예가 13세 이상 전국민에게 2만원 통신비를 지급한다는 정책이다. 1인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2만원에 불과하지만 전체 소요예산은 1조원에 육박한다. 추경예산의 거의 13%에 달하는 꽤 비중 있는 정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성에는 문제 제기가 많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의 보고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전체 통신비 지출이 오히려 줄어들었다며 지원의 필요성에조차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야당은 통신비 지원을 '생색내기 선심성 예산'이라고 비난하는 가운데 이런 식의 지원은 이동통신사의 매출액을 보전하는 효과가 있어 진짜 수혜자는 이동통신사라는 비판도 있는 실정이다.

전국민 통신비 지원에 대한 논란이 거센 가운데 여당의 국난극복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통신비 지원에 대해 "안 받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나"라고 그 타당성을 항변하기도 했다. 정말 이런 정책의 경우 안 받는 것보다는 나은 것일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전국민에게 2만원씩 쪼개서 지급한 통신비 지원금이 가계부담 완화엔 별 도움도 안 되면서 국민이 낸 세금으로 충당되는 예산 약 1조원을 쓴다면 그 정책의 타당성은 다시 검토돼야 한다.

1조원이라는 예산을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과 아동들을 위해 더 촘촘한 지역사회 안전망 구축에 썼다면 어땠을까. 그래서 최근의 인천 초등학생 형제 화재사건이나 가방 학대 살인사건과 같은 끔찍한 위험을 미연에 예방할 수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통신비 지원은 효과는 없으면서 엄청난 사회적 기회비용을 낳는 '안하느니만 못한' 정책일 수도 있다.

사회정책에서는 기회비용을 잘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좋은 취지로 한 정책이기 때문에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안이한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은 정책으로 야기될 수 있는 사회적 기회비용의 대가는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그런 이유로 효과성이 검증된 증거기반 정책이 사회정책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제·복지·방역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일회성, 선심성 정책이 아닌 장기적 안목의 증거기반 정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약력
△59세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노퍽주립대 사회복지학 석사 △시카고대 사회복지학 박사 △한국사회복지학회 회장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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