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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전기차 배터리 무한경쟁 시대 열렸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23 18:27

수정 2020.09.23 18:27

테슬라 3년 뒤 직접생산
기술력으로 승부 지어야
전기차 기술 혁신을 선도하는 미국 테슬라가 반값 배터리 구상을 밝혔다. 23일(현지시간) 열린 '배터리데이'를 통해서다. 창업주 일론 머스크(49)는 이날 주주총회를 겸해 열린 행사에서 새 원통형 배터리 셀 '4680'을 들고나왔다. 4680은 지금 쓰는 2170보다 특히 지름이 배 이상 커진다. 앞의 두자리는 지름(㎜), 뒤의 두자리는 높이(㎜)를 말한다.

주목할 것은 4680이 '코발트 프리' 배터리라는 점이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니켈과 코발트를 핵심 원자재로 쓴다. 그런데 코발트 값이 니켈보다 훨씬 비싸다. 전기차 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0%대에 이른다. 따라서 코발트 비중을 낮추는 대신 니켈 비중을 높여야 원가가 뚝 떨어진다. 장기적으로 차값을 내려야 향후 보조금이 끊기더라도 일반차와 경쟁할 수 있다. 테슬라는 4680 배터리를 3~4년 안에 양산한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LG화학 등 배터리 전문기업들은 한숨 돌렸다. 테슬라가 당장 배터리 생산에 착수한다는 말은 없었기 때문이다. 4680 배터리가 나오기 전에 적어도 3년은 벌었다. 하지만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순 없다. 전기차 업체는 언제든 고객에서 경쟁사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전기차 업체들이 배터리 직접 생산에 욕심을 내는 건 당연하다. 배터리는 내연기관 자동차로 치면 엔진이다. 엔진을 다른 기업에 의존하고 싶어하는 자동차 회사는 없다. 이미 폭스바겐, 오펠 등 유럽 자동차 회사들은 별도의 배터리 공장 설립에 들어갔다.

결국은 기술력이 관건이다. 배터리 회사가 가격 대비 성능이 월등히 뛰어난 제품을 개발하면 전기차 업체들도 어쩔 수 없이 이 제품을 사서 쓸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은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3사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 등도 만만찮은 상대다. 한·중·일 배터리 삼국지에서 한국이 앞서가려면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가 절실하다.

또 하나 정부는 배터리용 원자재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 자원 빈국인 한국은 코발트, 니켈, 망간, 리튬 등 핵심 원자재를 중국이나 아프리카 등지에서 구해야 한다. 이명박정부의 자원외교를 적폐라고 무조건 몰아붙일 일이 아니다. 원자재 확보 능력만 보면 한국은 꼴찌다.
자원은 개별기업이 도맡기엔 벅찬 분야다. 배터리는 제2의 반도체로 떠올랐다.
이럴 때야말로 정부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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