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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코로나 블루' 극복할 수 있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24 18:05

수정 2020.09.24 18:05

[여의나루] '코로나 블루' 극복할 수 있다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반백살을 훌쩍 넘게 살다 보니 '코로나 블루'라는 새로운 단어도 배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우울을 뜻하는 블루(blue)의 합성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일상에 큰 변화가 생기면서 나타나는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말한다고 한다. 블루는 푸른 꿈, 청춘 등 긍정의 의미만 있는 줄 알았는데 우울감을 뜻하기도 한다니 뜻밖이다.

코로나19가 육체적인 질병이라면, 코로나블루는 심리적 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네이버 사전을 검색해보니 그 증상으로 외부활동의 제약으로 생기는 답답함과 무기력증, 자신도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작은 증상에도 코로나가 아닐까 걱정하는 두려움, 감염병 관련 정보와 뉴스에 대한 과도한 집착 등이 있다.

위에서 소개한 코로나블루 증상 중 몇 가지는 벌써 본인에게도 해당한다고 느끼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제 코로나19의 치료제나 백신의 개발만큼 코로나블루 치료방법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코로나19 환자보다 더 많은 수의 국민이 코로나블루로 고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를 극복할지를 고민하다가 몇 가지를 생각해본다.

첫째, 긍정적 생각이다. 퇴근 후의 술 한 잔, 주말을 이용한 여행 등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누리지 못함을 비관할 필요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대신 그동안 모아두었던 레고 아키텍처 시리즈를 만들면서 과거 여행의 추억을 되새김질하는 색다른 재미를 느끼고 있다.

티베트 속담에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코로나19도 우리가 걱정만 해서 사라질 재앙은 아니다. 방역도 필요하지만, 언젠가 도래할 낯선 시대가 일찍 왔을 뿐이라는 긍정적 생각으로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갈지를 찾아내면 된다.

둘째, 배려하는 마음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코로나19 초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을 위하여 전 회원이 약 12억원의 성금을 모아 기부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많은 변호사들조차 어려움을 겪게 되자 회비와 동영상 강의 수수료를 일부 면제하다가 최근 예산을 대폭 감축, 전 회원에게 지원금을 지급했다. 금액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회원으로서 소속감과 협회가 회원과 어려움을 함께한다는 연대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호평을 받았다.

또한 올해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고 연수를 받는 신입변호사들의 연수비를 대폭 감액했고, 회원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법률과 관련된 전문강좌 외에도 다양한 인문사회 콘텐츠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다.

셋째, 소통방식의 변화다. 대면이 아니라 다양한 비대면 소통방식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요즘 매일 카톡에 생일이라고 뜨는 지인들과 축하 인사를 나누며 대화하고 있다. 소수 위주의 대면접촉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분들과 오랜만에 인사를 나누니 옛정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다양한 모임의 화상회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익숙해지고 있다. 이번 추석에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가족들과 줌(ZOOM)을 이용, 소통하자는 말도 들었다.

우리는 'K방역'이라는 신화를 만든 국민이다. 코로나블루 역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아쉬운 것은 그렇지 않아도 힘든 국민을 가장 짜증나고 지치게 만드는 바이러스의 진원지가 정치라는 지적이다. 뉴스만 틀면 정쟁과 비난이다.
정치만 제대로 해도 코로나블루가 한결 쉽고 빠르게 치유될 것 같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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