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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北 김정은 사과, 책임자 문책으로 진정성 보여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25 16:50

수정 2020.09.25 17:02

[파이낸셜뉴스] 남북 관계가 돌발변수로 요동치고 있다. 지난 22일 해양수산부 소속 우리 공무원이 북한 해역에서 총격으로 피살되면서다. 이 같은 북한의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우리 측에 사과했다. 그러나 북측이 피살자의 시신마저 태우는 잔혹 행위를 저질렀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들끓는 민심이 가라앉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부는 이날 최근 남북 정상간 친서 교환 사실을 뒤늦게 공개했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시계 제로’에서 벗어나려면 북한이 책임자 문책과 함께 유사 사태의 재발방지를 확약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본다.


김 위원장은 이날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코로나19) 병마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실망감을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전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남녁 동포를 미안함의 대상으로 특정하면서다. 그러나 피해자나 유족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사과도 없었고 책임자 처벌 언급도 없었다. 그 대신 통지문은 우리 군 당국에 외려 유감을 표시했다. “우리에게 불법 침입자 단속 과정 해명에 대한 요구도 없이 일방적 억측으로 ‘만행’ ‘응분의 대가’ 등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 깊은 표현들을 골라 쓰는지…”라면서다.

이는 북측이 ‘침입자’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불상사로 간주하며 그 책임의 일부를 우리 측에 떠넘긴 셈이다. 하지만 비무장으로 표류하는 피해자를 제대로 확인도 않고 원거리에서 사살한 북측이 할 말은 아니다. 무고한 민간인을 사살하는 행위는 국제법에서 전시에도 금지하는 범죄라서다. 북측의 사과나 ‘단속 과정의 실수’ 재발 방지 약속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이유다.

북의 잔혹한 행위와 별개로 정부의 대응도 미덥게 비치지 않은 게 문제다. 북측은 전통문에서 피해자의 시신이 아니라 타고 온 부유물을 소각했다고 주장했다. 남측과의 진실게임을 시작한 꼴이다. 이번 사건으로 북한 정권의 반인권적 민낯은 여지없이 드러났다. 하지만 사건 발생 사실을 뒤늦게 공개하면서 피해자의 월북 의도를 성급하게 부각시켰던 정부도 스타일을 구긴 꼴이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고 했다.
외교안보정책도 국민의 신뢰 기반 위에서만 바로 설 수 있다. 이번 사건이 벌어지는 와중에 문 대통령은 유엔 총회 화상연설을 통해 비핵화 등 조건이 없는 한반도 종전선언을 촉구했다.
하지만 국내외의 반응은 냉랭했고, 북한은 있을 수 없는 사고를 쳤다. 문재인정부는 국민과 투명한 소통없는 일방적 대북 정책은 열매 맺기 어렵다는 사실을 유념하기 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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