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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플랫폼법 제정안, 혁신 짓누르는 일 없길

진행중 일본 불매운동에 동참 중인가요?

(~01/26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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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28일 온라인 플랫폼 독점을 방지하는 법을 입법예고했다. 네이버·카카오·배달의민족과 같은 대형 플랫폼이 갑질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게 목적이다. 공정위는 향후 40일 입법예고를 거쳐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플랫폼법 제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온라인 플랫폼은 거대한 장터다. 예전엔 마을마다 장터가 따로 섰지만 지금은 온라인 장터가 이를 대신한다. 네이버와 같은 플랫폼은 사실상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상인들은 온라인 장터에 입점한 뒤 좋은 자리를 배정받는 데 목숨을 건다. 입점업체가 을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처럼 갑을 관계가 구조적으로 불공평할 때는 정부가 심판 역할을 하는 게 맞다.

문제는 어디까지 정부가 간섭할 것이냐다. 지나친 간섭은 자칫 혁신을 통한 소비자 후생 증대에 훼방을 놓을 수 있다. 혁신과 공정 사이에는 넓은 회색지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달 초 공정위는 네이버 부동산에 과징금 10억원을 물렸다. 경쟁사(카카오)를 부당하게 배제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네이버는 비용을 들여 특허까지 딴 혁신의 성과물을 경쟁사와 공유할 이유가 없다고 반발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혁신이 저해되지 않도록 균형감 있는 규율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혁신은 늘 공정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여태껏 문재인정부는 혁신보다 공정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타다금지법이 대표적이다. 한때 타다는 모빌리티 혁신을 이끄는 플랫폼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정치가 끼어들고 정부가 맞장구를 치면서 모빌리티 혁신은 물거품이 됐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 같은 이는 모빌리티·배달앱 등 플랫폼 독점에 반감을 숨기지 않는다. 혁신을 보호하지 못하는 플랫폼법은 그저 또 하나의 규제법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플랫폼과 금융의 관계도 공정위가 깊이 고민할 과제다. 네이버·카카오는 이미 금융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았다. 카카오는 자체 은행과 증권사가 있고, 네이버는 페이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증권사, 보험사들은 빅테크와 협업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회원 수천만명을 거느린 플랫폼은 비대면 시대에 고객 접점을 늘릴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금융은 관할부서(금융위원회)가 다르고, 법률도 은행·보험·자본시장 등 업권별로 다양하다. 플랫폼법을 기존 금융법과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도 공정위가 풀어야 할 숙제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