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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마켓워치]허희영 교수 "기안기금으로 고금리 장사 이치에 안맞아"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30 06:00

수정 2020.09.30 06:00

[fn마켓워치]허희영 교수 "기안기금으로 고금리 장사 이치에 안맞아"

[파이낸셜뉴스]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의 높은 금리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비싼 기안기금으로 변통해 당장의 위기를 넘기더라도 또 다른 재무위험이 시작되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9월 30일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고용인원 300명 이상, 차입금 5천억원 이상의 조건에 해당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LCC(저비용항공사)인 제주항공과 에어부산 등 4개사들은 기안기금 신청을 미루고 있다. 7%를 넘는 이자를 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산업은행에 설치한 기안기금은 당초 항공·해운업에만 지원하기로 했다가 자동차·조선·기계·석유화학 등 9개 업종으로 확대됐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와 일시적 유동성 위기, 총차입금 5000억원 이상, 근로자 수 300명 이상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정부가 엄격하게 따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지원 실적이 전무하다가 지난 11일에야 HDC산업개발의 인수가 무산된 아시아나항공에 첫 투입(2조 4000억원)이 결정된 바 있다.

허 교수는 "최근 재무적 부실로 매각에 실패한 아시아나항공이 기안기금의 첫 번째 수혜자가 됐다. 파산위기에서 이자율 수준은 고려 대상이 아닐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없었다면 생존을 위협받지 않았을 항공사들까지 고금리로 기금을 사용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봤다.

그는 기안기금의 대상을 넓힐 것을 제안했다. 차입금 5000억원 기준은 규모가 작고, 경영을 잘해 빚이 적은 LCC에게 역차별이라는 시각이다.

그는 "남은 시간도 많지 않다. 연말까지 현금이 바닥나는 항공사부터 직원의 유급휴직은 무급으로 바꾸면서 실직이 시작될 것"이라며 "구난의 골든타임도 지나고 있다. 항공업계는 지금 사상 초유의 위기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허 교수는 "산은이 이들을 대상으로 고리로 대금업 한다는 오해를 받아선 안 된다"며 "지금은 기간산업과 일자리를 지키는 일이 은행의 수익성보다 국가경제에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9월 28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제주항공이 기안기금을 신청하면 검토하겠다. 기안기금 요건을 충족하는 LCC는 제주항공, 에어부산으로 제한된다"며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직접 지원이 어렵다.
기안기금 지원 요건도 충족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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