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국감만큼 중요한 'after 국감'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05 18:09

수정 2020.10.05 18:09

[기자수첩] 국감만큼 중요한 'after 국감'
우리나라 배추 가격을 총괄하는 장관이 있었다. 가뭄이 심하게 들어 1000원 하던 배추 판매가격이 1만4000원까지 상승했다. 서민은 김치 대신 단무지를 먹어야만 했다. 국민들은 배추 값 좀 내려달라고 애원했다. 배추 장관은 배추 가격은 1140원으로 140원밖에 안 올랐다 했다. 장관에게 보고하는 배추 상인과 신하들이 배추 가격이 실제보다 적게 올랐다고 보고한 탓이다.
배추 가격이 오르면 민심이 흉흉해지니 장관도 시장에 가서 확인하는 대신 배추 상인이 보고하는 가격을 믿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그것도 배추가 아닌 전 국민의 관심사인 서울 아파트 가격 이야기다. 지난 8월 3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록을 통해 밝혀졌다. 송언석 의원이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 질의하면서다.

송 의원은 "서울 아파트 가격과 관련해 6개 정도 통계가 나오는데 실거래가지수에 따르면 41%가량 올랐다"며 "김현미 장관이 인용하는 14% 올랐다는 근거는 매매가격지수"라고 지적했다. 실거래가지수가 시장에서 실제로 '소비자가 사는 배추(아파트) 가격'이라면 매매가격지수는 배추 파는 상인이 말하는 '밑지고 파는 가격'이다. 매매가격지수는 조사원이 몇몇 공인중개사무소에 전화나 현장 방문을 통해 조사하는데 실제 아파트 거래가 없어도 심리에 따라 오르고 내리고 한다.

이 기사를 보고 2번 충격 받았다. 지난 3년 동안 수십번의 부동산 대책이 나왔는데 장관이 실거래가지수를 보고받지 못했다는 점. 두 번째는 생각보다 언론의 반응이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번 주부터 국정 감사가 시작된다. 입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행정부 감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의원 개인으로서도 스타가 될 수 있는 기회다.

지금 눈앞에 닥친 '국감ing'도 중요하지만 'after국감'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오는 7일부터 20일간 열리는 국감도 많은 쟁점과 논점이 부딪칠 것이다.
언론들도 의원실과 협업, 취재를 통해 수많은 단독을 쏟아낼 것이다. 하지만 국감 자체보다 국감 그 이후에 주목해야 한다.
무엇이 중헌디는 시간이 좀 지나야 제대로 알 수 있는 법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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