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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따상과 허상 사이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08 18:26

수정 2020.10.08 18:26

[여의도에서] 따상과 허상 사이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된 후 상장 첫날 상한가), 주린이(주식+어린이), 동학개미(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열풍),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서 투자)….'

코로나로 오히려 수혜를 입은 증권업계에 최근 재테크 관련 신조어들도 넘쳐난다. 그만큼 대중들의 투자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한 것이다.

실제 지속된 저금리에 2030세대들도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급증하면서 유튜브에도 관련 콘텐츠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무엇보다 공모주 광풍이 최근 투자 트렌드의 큰 축으로 떠올랐다.

빅히트엔터의 일반공모 첫날인 지난 5일 공모주 청약에 막판 자금이 몰리면서 청약경쟁률 600대 1을 넘어선 것이다.

청약증거금도 58조원 이상 몰리면서 SK바이오팜을 뛰어넘는 것은 물론 역대 최대 규모의 증거금이 몰린 카카오게임즈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평균 경쟁률은 606.97대 1 수준이다.

공모주 청약 대박 흥행 열기가 이어지면서 머니마켓펀드(MMF)에서도 나흘 사이 7조원이 넘는 자금이 이탈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초단기자금인 MMF에서 빅히트엔터의 일반투자자 청약을 앞두고 9월 24일부터 지난 5일까지 12조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처럼 공모주열풍으로 초단기자금이 청약자금으로 블랙홀처럼 이동하면서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묻지마 공모주 열풍'을 경계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불거지는 형편이다.

카카오게임즈를 비롯해 에이프로, 엘이티, SK바이오팜 등 최근 상장종목들마다 상장 직후 대박 움직임을 보였지만, 증시 건전성 측면에선 우려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실적이 아닌 성장성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고평가 종목들이 잇따라 상장되면서 갈 곳 잃은 유동성이 몰리고 있다.

한 증시 전문가는 "코스닥 전체 시장의 평균 PER 수준도 84배를 나타내고 있어 고평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현재 나스닥의 PER은 61.8배 수준이며 올해 예상 실적기준으로 각국의 PER은 일본 닛케이 37.7배, 중국 상하이 17.5배, 홍콩 항셍 12.9배, 대만 자취안 20.9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코스닥 시장의 고평가 수준이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그는 "현재 국내 시장을 지탱하는 원동력은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인데 이런 대국민적인 주식 광풍은 추가적인 금융위기 발생시 전국민의 재정상태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무분별한 IPO를 막고, 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4년 새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통해 상장한 86개 기업 중 57개사가 제약·바이오 기업이었고, 이 중 50개사는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100억원 이상 적자를 낸 곳도 16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너도나도 따상 열풍에 갈 곳 잃은 자금들이 묻지마식으로 주식시장 전반으로 흘러들어오고 있다.

지속된 저금리에 부동산 등 전통적 재테크 수단이 온갖 규제로 묶여 직장인들의 노후를 위협하고 있지만, 급히 먹는 밥은 체하기 마련이다.
이제라도 안정적이고 다양한 포트폴리오에도 관심을 돌려볼 때다.

kakim@fnnews.com 김경아 증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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