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홍 부총리도 실토한 전세난, 임대차법 손 봐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09 14:49

수정 2020.10.09 15:04

주택 임대차 시장의 난맥상이 갈수록 태산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67주 연속 오름세라고 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등에 따르면 월세매물 수가 전세물량을 넘어서는 ‘월세 추월’ 현상도 확산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울산·대전·부산 등 지방 광역시로 번지면서다. 그러니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8일 국정감사에서 “전세값이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 같다”며 전세난의 심각성을 사실상 시인했을 법하다.

정부는 그간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이른바 임대차3법 시행에 따른 한시적 조정기를 거쳐 전세가가 안정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지난날 국회에서 “전세시장이 지금은 불안하지만 몇 개월 있으면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낙관할 정도였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보면 새로 전세를 구하려는 서민들에 대한 ‘희망 고문’을 한 꼴이다. 기존 세입자는 계약갱신으로 2년 더 눌러앉을 수 있게 됐지만, 집주인이 들어와 살거나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도 늘면서 전세매물의 씨가 말라버린 탓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경제수장인 홍 부총리가 ‘전세 파동’의 당사자가 된 데서도 확인된다. 9일 보도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에 전세를 살던 그는 내년 1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으로부터 실거주 의사를 통보받았다고 한다. 전세가격이 이미 다락같이 오른 데다 내년 초 전세물량마저 더 귀해지면 홍 부총리 본인이 임대차3법의 역풍을 온 몸으로 맞게 될 판이다. 그가 8일 국감에서 “2개월 정도면 임대차 3법 효과가 있지 않겠나 했는데 안정화되지 못해 안타깝다”고 토로한 데서도 읽히는 기류다.

그러나 이 같은 ‘전세대란’ 기미는 지난 7월 말과 8월 초 정부·여당이 임대차3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때 예견됐다.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임차인의 권리를 강화하고 급격한 임대료 상승을 막는다는 취지와 딴판으로 외려 집 없는 서민들이 피해를 입는 역설이 빚어질 것으로 점쳤었다. 전세매물 잠김과 월세 전환, 그리고 임대인과 임차인간 분쟁 증대 등 우려했던 각종 부작용들이 시장에서 지금 현실화하고 있다.

그러잖아도 문재인정부 들어 징벌적 과세를 통한 수요 억제 위주의 23차례 집값안정 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제 임대차 시장마저 교란되고 있으니, 엎친 데 덮친 꼴이다.
홍 부총리는 뒤늦게 “임대시장 안정 추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이대로 가면 전세가 폭등이 다시 집값을 앙등시키는 악순환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단기간 내에 전세물량 공급을 늘릴 묘책이 어디 있겠나. 정부는 잘못 끼운 첫 단추인 임대차3법부터 시장 원리에 맞게 고쳐 전세 시장 안정화에 첫걸음을 떼기를 바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