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시각장애인 비대면 계좌 개설 막막… 송금도 불편 [디지털금융의 그늘 ]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11 17:24

수정 2020.10.11 18:26

코로나19·언택트로 디지털금융 서비스가 다양화되고 있지만 사각지대인 25만 시각장애인 불편은 가중되고 있다. 은행 점포가 줄어드는 데다 시각장애인 디지털뱅킹 편의성도 낮아 금융 이용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모바일뱅킹은 개발인력 한계 등으로 시각장애인 이용에 아직 제약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시각장애인들은 모바일뱅킹의 어려움으로 계좌개설·송금 등 서비스 이용 불편, 짧은 로그인 연장시간, 잦은 업데이트 등을 꼽았다. 실제로 최근 시각장애인 김영민씨와 만나 모바일뱅킹 이용 상황을 보니 불편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김씨는 앱에 익숙한 편이었지만 송금에 15분가량 걸렸다.
김씨는 대다수 시각장애인이 이용하는 화면낭독 프로그램을 썼다. 화면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식으로 조작할 수 있는데 사용이 수월하진 않았다.

로그인 연장 시간이 60초에 불과한 것도 불편했다. 이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재로그인 화면으로 되돌아가 버린다. 그는 "처음 이용했을 땐 20분 넘게 걸렸는데 조금 익숙해져서 이 정도"라며 "로그인 연장시간도 더 길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계좌 개설·업데이트도 "두렵다"


비대면 계좌 개설도 또 하나의 장벽이었다. 계좌 개설을 위해 스마트폰 카메라로 신분증을 찍어 인증해야 한다. 시각장애인이 스마트폰의 설정된 영역 안에 신분증을 틈 없이 맞춰 찍는 작업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음성, 진동 등 어떤 보조기능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업데이트도 골칫거리다. 앱이 업데이트될 때마다 여태 익혀놨던 사용법은 무용지물이 된다. 김씨는 "업데이트가 오히려 스트레스로 다가온다"며 "조작법은 고사하고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파악하는 데만 며칠이 걸린다"고 꼬집었다.

은행들 "현실적 한계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나 국가정보화기본법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응용 소프트웨어에 접근·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모바일뱅킹도 '접근성' 준수 의무가 있다.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 웹와치 등 3곳이 판단해 1년짜리 인증 마크를 발급한다. 하지만 은행들이 인증 획득만을 위해 꼼꼼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 비대면 전환 과정에서 취약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인력 문제 등 현실적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 김태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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