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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테슬라 ‘배터리 데이’의 교훈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11 18:02

수정 2020.10.11 18:02

[fn논단] 테슬라 ‘배터리 데이’의 교훈
호불호가 갈리지만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스타다. 거품 논란에 빠진 테슬라 주식을 저세상 주식이라고 부르는 것도 테슬라와 머스크가 세상의 중심에 있음을 말해준다. 테슬라는 전기차 핵심 부품만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자체 플랫폼으로 만든다. 코로나 19를 고려해 9월 23일 배터리 데이 행사가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열렸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이야기도 상당했지만, 행사의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다시 서울로 상행하는 전기차는 당장은 불가능한가 보다.
투자자의 기대와 달리 그런 전기차가 가능한 100만마일 배터리는 발표되지 않았다. 테슬라가 독자적 배터리 생산 생태계 구축을 선언할 것으로 보았으나 기존 배터리 업체인 LG화학, 중국 CATL 등의 배터리셀 구매량을 늘릴 것이란 발표가 있었다. 테슬라 배터리는 100GW(1000억W) 수준인데, 2030년까지 3TW(3조W) 배터리를 생산할 목표를 제시했다. 목표와 현재의 괴리를 생각하며 누군가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일 수도 있겠다. 테슬라는 배터리 원가를 낮춤으로써 전기차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릴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kwh당 130달러 내외인 배터리 가격을 2022년 57달러대까지 반값으로 끌어내린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상 테슬라가 제시한 몇 가지 계획의 가능성에 주목해서 전기차와 이차전지 생태계를 꾸려 나가야 할 것이다.

우선, 테슬라는 배터리셀을 독자적 기술로 패키징해서 배터리 팩을 만드는 회사란 사실이다. 이차전지 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세간의 의구심이 있으나 배터리 공장을 지어서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겠다는 로드맵 자체를 완전히 무시하긴 어렵다. 이에 따른 대비를 우리 기업들은 충분히 해야 한다.

다음으로, 2019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 230만대 중 테슬라는 약 37만대를 판매했다. 이 중 순수전기차 공정으로 만든 전기차 판매량은 77만대다. 그 결과 테슬라의 순수전기차 실질 점유율이 50%나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시장 선도자가 전기차 시장의 파이를 완전히 앗아갈 수 없다 하더라도 테슬라가 가진 시장선점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2040년이 되면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이 60% 수준이다. 테슬라의 잠재력을 무시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마지막으로 일론머스크가 말한 반값 배터리가 유효한 것인가에 대한 검증이다. 그가 말한 공정이나 소재혁신 모두 쉬운 방법이 아니다. 혹자는 2030년 배터리 가격을 kwh당 60달러대로 전망하는데, 이는 테슬라의 계획과는 큰 차이가 있다. 테슬라가 어떤 차량을 2만5000달러에 내놓을지 밝히지 않아 실효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전기차 원가 중 배터리 비중은 최대 절반 가까이다. 대부분의 완성차 브랜드는 전기차에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해 테슬라의 반값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하향 압박으로 작용할 소지가 높다.


테슬라가 압도적 자율주행 기능을 앞세운 보급형 전기차를 내놓으면 경쟁력이 만만치 않다. 전기차로 쌓은 빅데이터를 사업 확장성에 이용하면 점유율 확대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런 점을 고려해 내년 현대차의 전기자동차 전용 플랫폼 양산체제 구축, LG화학의 배터리부문 분사, 이차전지 소재·부품·장비 생태계 마련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조원경 울산시 경제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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