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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거래소의 유명무실한 '투자유의'...되레 가격 폭등

김소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12 15:00

수정 2020.10.12 16:51

업비트 리퍼리움, 5월 투자유의 지정 후 입금 계속돼
"내부 서비스 상으론 입금 차단…외부 송금 못막아"
리퍼리움 15배 '점프'…"지정기간 등 후속조치 필요"
[파이낸셜뉴스]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투자유의 종목 관리 시스템에 허점이 드러나며 보완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된 가상자산들은 업비트 지갑에 입금이 불가능하도록 조치하는게 원칙이지만, 버젓이 입금이 진행되는데도 거래소 측에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업비트는 "투자유의 종목 유지 기간 동안 입금이 이뤄진게 맞다"면서 "재발을 방지할 수 있도록 투자유의 지정 종목은 입금하더라도 고객 계정에 반영되지 않도록시스템 보완을 완료했다"고 해명했다.

투자유의종목, 4개월간 버젓이 입금
지난 5월부터 업비트 리퍼리움 가격 변동 추이./ 사진=업비트
지난 5월부터 업비트 리퍼리움 가격 변동 추이./ 사진=업비트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업비트에서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된 가상자산 '리퍼리움(RFR)'이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지난 4개월간 계속해서 입금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업비트 측에선 해당기간 동안 리퍼리움 입금이 이뤄진 횟수는 답변하지 않았으나, 가상자산 투자자 커뮤니티 측에서 이더리움 기반 가상자산 거래 추적 플랫폼 이더스캔을 통해 제시한 입금주소를 미뤄볼때 수백회 이상의 입금이 이뤄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리퍼리움은 지난 9일 개당 4.47원까지 오르며 하루만에 1390% 가량 폭등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된 토큰은 입금은 불가능하고 출금은 가능하기 때문에 제한된 물량에서 거래가 이뤄지며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뛰는 '가두리' 현상이 발생한다.

리퍼리움은 특정 가상자산 지갑에서 업비트 거래소로 지속적으로 입금이 이뤄지며 확보된 매도물량을 바탕으로 거래가 한꺼번에 몰린 것이 가격 폭발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4시간 동안 업비트에서 거래된 리퍼리움은 약 800억원어치 분량으로, 업비트의 하루 비트코인 거래액 200억원 규모의 4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투자유의종목 후속조치 보완돼야"

업비트는 "9월초 비정상적인 입금을 감지하고 시스템적으로 차단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내부 서비스 상으론 입금이 불가능하도록 입금 주소를 가리는 등 투자유의 종목 규정에 따라 조처했으나, 외부 지갑주소를 통해 입금된 부분은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되기 전, 유효했던 입금 주소를 통해 리퍼리움 입금이 계속해서 가능하다는 것을 이용자가 파악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를 잔고에 반영하는 것은 거래소 소관이기 때문에 사전조치가 미흡했다고 읽히는 것"이라 평가했다.

더불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투자유의종목 규정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업비트를 비롯해 주요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유의종목 규정이 제각각이며, 사후조치 최대 유예기간 등 세부조건에 대한 뚜렷한 기준도 부재한 상태다. 이번 리퍼리움의 경우도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5개월간 단순히 투자유의종목으로 표시돼 있을뿐, 뚜렷한 후속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던 상황이다.


또다른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투자유의종목이나 상장에 관한 부분은 투자에 직결되기 때문에 보다 투명히 운용할 필요가 있다"며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자체 규정이 아닌 거래소 사업을 포괄하는 규정과 독립된 관리감독 시스템을 통해 시장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srk@fnnews.com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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