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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승영 안진 ED "안진의 감사 솔루션으로 '데이터복지' 실현"

김정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13 18:21

수정 2020.10.13 18:36

국내 유일 회계감사 데이터 분석 전문가
금융위 CPA 시험 TF 참가 등 회계업계 발전 이끌어

[인터뷰] 이승영 안진 ED
[파이낸셜뉴스] "국내 대기업의 외부감사업무 과정에서 살펴야 하는 원장의 데이터 용량은 약 10~20기가바이트가 훌쩍 넘는다. 감사인이 이를 검토했다고 한들 제대로 봤다고 할 수 있을까. 대용량 회계정보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회계법인과 그렇지 않은 곳의 업무능력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질 것이다."

이승영 딜로이트 안진 회계감사본부 이그제큐티브 디렉터(ED, 사진)는 13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회계업계를 포함한 모든 산업 분야에서 중요성이 커지는 데이터 분석에 대해 이와 같이 설명했다.

이 ED는 외부감사 업무 등을 맡은 회계사들이 대용량 회계 데이터를 쉽게 가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데이터 시각화 툴(Tool) 및 다양한 데이터 분석 언어(파이썬, VBA 등) 기반의 여러 감사지원 솔루션을 개발해 일선 회계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고 오류를 쉽게 잡아내 보다 정교한 외부감사 결과를 내놓도록 지원한다.

그는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산업별 분석 솔루션인 '벤치마킹 툴'을 제공했고, '이상거래'(Fraud) 탐지를 위한 'JET 툴'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위험평가 솔루션을 만들어 딜로이트 안진의 감사품질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외감법(주식회사 등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른 감사 수요 증가로 이 ED같은 전문가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지금에서야 각종 성과가 필요성을 입증하고 있지만, 이 ED가 감사지원 솔루션을 개발해 일선 회계사들의 업무에 적용하기 시작했을 당시에는 현장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이 ED는 "솔루션을 개발한지 3년가량 됐는데, 초창기엔 솔루션 홍보가 부족해 감사팀들에게서 '감사 시간만 늘리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솔루션을 통해 가공의 매출을 적발하는 시나리오를 만든다든지 (회계)부정과 관련된 키워드를 입력해 회계원장과 비교해 찾아낸다든지, 특정 거래처로 거래가 몰리는 현상 등을 잡아내면서 이제는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와 일을 맡기고 있다"고 전했다.

삼일, 삼정, 안진, 한영 등 이른바 '빅4' 회계법인은 다양한 데이터 분석 전문가를 두고 있지만, 회계감사 부문에서 '데이터 분석(Data Analytics) 서비스'를 연구하고 실무에 활용하는 전문가는 이 ED가 유일하다.

회계와 데이터 분석을 접목한 융합형 인재를 키우고, 이들을 전략자산으로 육성하는 것이 회계업계의 큰 과제로 떠오르고 있어 이 ED의 역할은 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공인회계사회(AICPA)는 지난해부터 회계사 시험에 '데이터분석과 통계'를 넣는 등 회계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KICPA) 시험에서도 IT(데이터 분석 포함)분야 출제가 늘어날 전망이다.

이 ED는 "어쩌면 창피한 일일 수 있지만, 외부감사인들도 회계 관련 데이터의 용량이 너무 크면 전체를 꼼꼼히 살펴볼 수 없다"며 "앞으로 데이터는 더욱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회계사에게 데이터 분석 능력이 강하게 요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호주는 회계 및 재무 분야에 데이터 분석(Data Analytics)을 접목하는 비중이 높다"며 "데이터 분석 역량을 지닌 회계사들의 연봉 상승 속도가 빨라져 회계법인이 더 이상 이들을 회사에 잡아둘 수 없을 정도"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 ED는 데이터분석 실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계·재무 종사자를 위한 데이터 분석 실무서를 쓰거나 금융위원회의 '회계사 시험 IT 강화 TF'에 참여하는 등 회계업계 전반에 공헌하는 바가 크다.

그는 "스스로 만든 용어인데, '데이터 복지'라는 말을 좋아한다"며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방대해 고통 받는 곳이 많은데, 이런 사람들을 도와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개발한 툴로 이들의 데이터 처리 효율성을 높이는 데이터복지를 실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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