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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달러가치 하락 대비해야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14 18:15

수정 2020.10.14 18:15

[fn논단] 달러가치 하락 대비해야
2월 이후 달러 가치가 주요국 통화에 비해 10% 정도 하락했다. 미국 경제의 불균형 해소 과정에서 달러 가치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 경제의 대내외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우선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운용해오고 있다. 그 결과 정부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200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62.9%였던 미국 연방정부의 총부채가 2012년부터는 100%를 넘어섰고, 올 2·4분기에는 135.6%에 이르렀다.
2·4분기 GDP 대비 재정적자도 15.3%로 196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외부문에서도 불균형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올 2·4분기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가 3.5%로 2008년(4.3%) 이후 가장 높았다. 8월 무역적자도 672억달러로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외부채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2·4분기 GDP 대비 대외순부채 비율이 66.9%로 2008년 27.2%에 비해 껑충 뛰었다.

금리 상승이나 달러 가치 하락을 통해 이런 대내외 불균형이 해소될 수 있다. 금리보다는 환율을 통해 불균형이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물가상승률이 일정 기간 2%를 넘더라도 정책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2008년 이후 물가상승률은 연평균 1.5%에 그쳤다. 내년에도 미국 경제가 잠재 GDP 이하로 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물가가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 설혹 물가상승률이 2%를 넘더라도 연준은 금리를 인상하지 않고 지켜볼 것이다.

결국 달러 가치 하락을 통해 대외 불균형이 해소될 수밖에 없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수입물가가 상대적으로 올라가 수입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스티븐 로치 미국 예일대 교수는 지난주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내년까지 달러 가치가 35% 급락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장기적으로 보면 세계 GDP에서 미국 비중 축소와 함께 달러 가치도 떨어지고 있다. 미국 GDP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85년 34.9%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지난해에는 24.6%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간 주요 선진국 통화에 비해 달러 가치도 21.1%나 떨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4년에는 미국의 세계 GDP 비중이 23%로 더 하락할 것으로 본다.

달러 가치 하락은 모든 경제주체의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 원화 환율은 달러 기준으로 표시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 하락은 곧 원화 가치의 상승을 의미한다. 지난 3월 1286원까지 올라갔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140원대까지 떨어진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원화 가치 상승세는 상당 기간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과거 통계로 분석해보면 원화 가치가 상승했을 때 우리 경제에서 제조업 비중은 줄고, 서비스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졌다.

투자자의 자산배분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포트폴리오에서 달러자산 비중은 축소되고, 유로나 위안 표시 자산 비중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대체자산 수요도 늘 수 있다. 대표적인 게 금이다.
올 들어 10월 9일까지 금값이 27%나 상승했지만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금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 심지어는 가상화폐 시장도 다시 들썩일 수 있다.
다양한 자산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시기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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