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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 놓친 빅히트, ‘따상’ 실패…엔터주 한계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15 09:53

수정 2020.10.15 10:59


‘빅히트’ 놓친 빅히트, ‘따상’ 실패…엔터주 한계
[파이낸셜뉴스]‘빅히트’를 칠 것으로 예상됐던 BTS(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가 코스피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상한가)'에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등 IPO 대어들의 상장이 이어지면서 공모주에 대한 피로감이 커졌고, 일부 아티스트에 의존하는 엔터주의 한계가 드러난 것으로 분석된다.

빅히트는 15일 오전 9시께 시초가 27만원에 시작한 뒤 상한가인 35만1000원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오전 9시30분께 31만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주춤하다가 9시 40분께 30만원대가 무너지면서 29만9000원에 거래됐다. 현재 30만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날 증권업계에서는 IPO 대어인 빅히트가 상장 직후 ‘따상’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개장 전부터 매수주문이 계속되면서 공모가(13만5000원)의 약 2배인 27만500원에 형성됐다. 시초가는 오전 8시30분~9시에 공모가격인 13만5000원의 90~200% 사이에서 호가를 접수해 매도호가와 매수호가가 합치되는 가격에서 결정된다. 빅히트는 형성될 수 있는 최대치를 기록한 셈이다. 이후 상한가(30%)인 35만1000원으로 직행하면서 예상했던 대로 '따상'에 성공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시초가 대비 23~24%대 오른 33~34만원대에서 거래되다가 하락이 이어자 3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결국 카카오게임즈 때와 마찬가지로 초반 ‘오버슈팅’으로 인한 주가 급상승 이후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카카오게임즈는 ‘따상상(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뛴 뒤 2일 연속 상한가)’ 후 연일 하락세를 기록하며 최고점(8만1100원) 대비 2주 만에 38%나 급락하며 5만1200원에 거래된 바 있다.

또 엔터주의 한계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엔터주는 예측할 수 없는 외부 환경 변수와 특정 소속 연예인에 대한 수익 의존도가 너무 높고 루머 등에 민감한 투자심리가 약점으로 지적되기 때문이다. YG엔터테인먼트 역시 매출 비중의 절반을 차지한 빅뱅 멤버들의 군입대 소식과 멤버 승리의 ‘버닝썬’ 이슈, 멤버 탑의 대마초 흡연 혐의 등이 나올 때마다 목표주가 하향 조정됐고 주가도 출렁였다.

빅히트도 BTS 멤버들의 군입대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80%에 달하는 매출이 BTS라는 단일그룹에서 발생하고 있고 아티스트와의 계약 문제, 평판 하락, 해외 시장의 불확실성, 미디어 환경 변화, 이용자 취향 변화 가능성 등 변수가 많다.

무엇보다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등 IPO 대어들이 잇따라 상장을 하면서 이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것도 ‘따상’ 실패의 이유로 보인다. 실제 1억원 이상의 청약 증거금을 넣었음에도 배정받는 주식수는 한자리 수에 불과하고 투자자들 역시 단기 차익 실현에 목적이 있어 추가 상승 여력이 힘든 부분이 크다.

공모가 고평가 논란도 나온다. 빅히트에 대한 성장 기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빅히트의 시장가치(EV)를 세전영업이익(EBITDA)로 나눈 이브이 에비타(EV/EBITDA, 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가 40배를 넘기 때문이다. SM, JYP, YG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가 EBITDA의 평균 22배인 것과 비교해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BTS는 영원히 젊지 않다. 빅히트는 또 다른 '히트'가 필요하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빅히트가 성공적으로 IPO를 마쳤지만 BTS라는 유일한 수익원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권가가 제시하는 빅히트의 목표주가도 천차만별이다.
목표주가를 제시한 증권사는 여전히 4곳 뿐으로, 메리츠증권(16만원)과 IBK투자증권(24만원), 유안타증권(29만6000원), 하나금융투자(38만원) 등이다.

한편 빅히트는 공모주 청약에서 통합경쟁률 606.97대 1을 기록했다.
증거금 58조4236억원이 걷히면서 코스피 역대 최고 흥행을 올렸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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