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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국립대, 前총리 장례식 때 묵념·조기게양 하라"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15 16:31

수정 2020.10.15 16:31

"지금이 어느 시대냐" 비판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로이터 뉴스1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로이터 뉴스1

【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 정부가 오는 17일 거행될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 장례식 때 전국 국립대 등에 조기 게양과 묵념 등으로 조의 표명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권에 비판적 목소리를 낸 학자들을 임명에서 배제한 '일본학술회의' 사건에 이어 정부에 의한 또 다른 사상 통제 시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자민당과 합동장으로 치르는 나카소네 전 총리 장례식 당일(17일)에 정부 각 부처 뿐만 아니라 국립대 등 관계 기관에도 조기 게양과 묵념 실시를 지시했다.

그러자 교육계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도대체 어느 시대냐", "과도하다"는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오사카대의 한 교수는 마이니치 신문에 "사상 통제다.
국장(國葬)도 아닌데 단순히 '국립'이라는 이름이 붙는 조직에 근무한다는 것만으로 따라야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히로타 데루유키 일본대 교수도 교도통신에 "지금 시대에 걸맞지 않은 조치"라고 꼬집었다.

일본학술회의 사건으로 가뜩이나 일본 학계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던 찰나에 나카소네 전 총리 장례식 사건까지 겹치자, 학계 길들이기, 국가주의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앞서 이미 나카소네 전 총리 장례식 비용 문제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총 1억9000만엔(약 20억원)의 장례식 비용 중 절반을 정부 예산으로 부담하는데, 코로나19로 국민의 삶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정치인의 장례식에 거액의 세금을 쓰는 게 맞느냐는 주장도 여전하다.

1980년대 일본 정치를 이끈 나카소네 전 총리는 지난해 11월 타계했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예산 확보와 조문객 일정 등을 감안해 당초 올해 3월에 합동장을 치를 계획이었으나 코로나 확대로 이달 17일로 연기됐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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