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기자수첩] 깜짝실적에도 못 웃는 LG화학

[기자수첩] 깜짝실적에도 못 웃는 LG화학
배터리 사업은 LG화학의 고진감래(苦盡甘來)다.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지난 1992년 유럽 출장에서 이차전지 샘플을 가져오면서 시작된 LG의 배터리 사업이 현재의 세계 1위 위상을 갖기까지는 부침의 연속이었다. 20년간 투자에도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자 2000년대 초반엔 그룹 내부에서도 배터리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그럼에도 구 전 회장이 "포기하지 말고 길게 보자. 여기에 우리 미래가 있다"고 말하며 임직원을 다독인 얘기는 지금까지 LG 배터리 역사에서 빠지지 않고 회자된다.

이 같은 25년간의 끈기는 올해 결실로 보답을 받고 있다. LG화학은 3·4분기 창사 이래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깜짝 실적을 냈다. 9021억원의 영업이익은 그간 그룹 내 핵심인 LG전자의 분기 영업이익(9590억원)과 맞먹는 수치다. 가장 많은 투자를 단행해온 전기차 배터리가 흑자로 전환된 것이 주효했다. 배터리 사업의 미래 전망도 밝다.

이처럼 최고의 한 해를 보낼 것처럼 보이던 LG화학도 축배를 들진 못하고 있다. 배터리 사업 분사 결정 이후 안팎으로 반발에 부딪히면서다.

주주들은 LG화학의 물적분할 방식에 반기를 들고 있다. 배터리 사업을 LG화학 자회사로 분사할 경우 배터리 사업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내부에선 노동조합이 분사 이후 고용불안을 이유로 회사의 분사 결정을 비난하고 있다. 이에 LG화학 노조는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올해 파업 수순도 밟고 있다.

여기에 최근 발생한 현대차 코나EV 화재 원인으로 국토부가 배터리 셀 제조불량을 지목한 것은 LG화학에 화마가 됐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가 만든 쉐보레 볼트에서 난 화재도 악재다.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발표한 날에도 화재리스크 여파로 주가는 오히려 하락하며 시장의 우려를 여실히 드러냈다. 물론 급변하는 시장에서 기업은 성장통을 겪는다. 하지만 성장통과 위기는 한 끗 차이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