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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온라인 공연과 공존하는 시대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21 18:04

수정 2020.10.21 18:04

[fn논단] 온라인 공연과 공존하는 시대
지난주 인천 송도에 위치한 아트센터 인천에서 '인천 시민의 날'을 맞아 뮤지컬 갈라콘서트를 개최해서 연출가로 참여하는 기회가 있었다. 이 극장은 국내 유수한 클래식 전문 극장 중 하나지만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실제 관객이 입장한 것은 신년음악회 이후 무려 9개월 만이었다는 소식에 놀랐다. 개최 예정이었던 대부분의 기획공연이 취소됐거나 비대면 온라인 공연으로 전환됐다고 한다.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공연이 취소되는 것보다는 온라인 공연이라도 개최되는 게 나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공연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면 급작스러운 진통과 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공연은 원래 현장성이 강해 같은 시공간에 함께 집객된 무대와 객석 사이의 모든 이들이 특별하게 교류하며 동질감을 느끼는 공유 체험이다.
하지만 영상은 감독이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본 시선의 총합체다. 여러 대의 카메라가 동시에 무대 구석구석을 담으려 노력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다. 관객마다 보고 싶어하는 것이 다를 수 있고, 무대에서 날것으로 전해지는 오감과 원근감도 느끼기 어렵다. 반면 영상을 통해서 주인공 배우의 표정을 자세히 보고 무대장치와 각종 음악과 사운드를 쉽고 선명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그동안 공연 관계자들은 스타가 출연하는 일부 메이저 공연을 제외하고 영상 매체와의 결합을 그리 반기지 않았다. 공연 관람은 일종의 독서처럼 습관이자 학습의 결과인데 영상 매체의 편리성에 비교하면 불편하고 콘텐츠 소비에 들어가는 비용도 크기 때문에 자칫 공연의 영상화가 그러한 간극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극장가가 문을 닫고 우리나라도 관객을 객석으로 모실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자 비영리적인 프로덕션들까지 자구책으로 온라인 상영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른 문제점은 없을까? 처음부터 영상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 공연을 만들었던 창작자들에게 영상화에 따른 적절한 추가 보상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창작자들은 대부분 공연화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영상을 비롯한 2차 저작물에 대한 계약조항이 아예 없어나 모호하게 돼있는 경우가 많아서 상영 시 로열티를 책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향후 체결되는 계약서에는 영상화에 대한 보상안이 추가적으로 마련돼야 할 것이다.

제작사가 아카이브 용도로 단순한 카메라 구도로 촬영했던 과거 영상을 발굴해 이번 기회에 대중들에게 온라인 상영하면서 품질 문제가 대두되는 경우도 있다. 공연의 HD 온라인 송출이 대중화된 2010년대 초반부터 영국 내셔널시어터,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의 유명 단체들이 우수한 콘텐츠를 앞세워 수준 높은 영상을 영화관을 통해 동시 스트리밍 방식으로 송출해왔기에 제작부터 유통까지의 노하우가 많이 쌓여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제야 공연 중계의 전문성을 쌓아가고 있다.

한편으로는 해외의 수준 높은 공연 영상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관객(시청자)들의 눈은 높아지고 있다. 팬데믹 이후 다시 극장을 찾아야 하는 관객들이 현실의 공연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카메라를 통해서 스크린으로 관람하는 것이 더 낫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다.
일부 창작자나 연출가에게는 해외 영상들에 쉽게 영향받고 표절의 유혹에 빠지기도 쉬워졌다. 달라진 환경은 적응을 필요로 한다.
온라인 공연의 확장이 실제 공연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미래를 함께할지 궁금해진다.

조용신 연극 뮤지컬 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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