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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정치가 사모펀드 사태까지 덮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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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6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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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훼손이 본질
국회는 오직 정략 다툼

[fn사설] 정치가 사모펀드 사태까지 덮어버렸다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22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박 지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라임사태에 대한 입장'이란 제목의 글에서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고 말했다./뉴스1
사모펀드 사태가 산으로 가고 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자본시장 질서가 와르르 무너지고 그로 인해 수조원대 투자자 피해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본질은 간 데 없고 오로지 정쟁만이 난무한다. 이러다 소 잃고 외양간도 제대로 고치지 못할까 걱정이다.

무엇보다 정부·여당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사모펀드 사태를 정치화하는 데 앞장섰다. 수감 중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지난 16일 1차 옥중 편지를 공개했다. 이어 추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지휘에서 배제했다. 김 전 회장은 21일 2차 옥중 편지를 공개했다. 이튿날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치검사의 공작수사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진상을 규명하고 단호히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2일 페이스북에서 "사기꾼과 법무부 장관이 '원팀'인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고 비꼬았다.

이 와중에 라임자산운용 수사를 이끌던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22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박 지검장은 사퇴의 변에서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고 탄식했다. 박 지검장은 "많은 사람에게 1조5000억원 상당의 피해를 준 라임 사태와 관련하여 김○○은 1000억원대의 횡령·사기 등 범행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는 것이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로비 사건은 그 과정의 일부일 뿐"이라고 했다. 정쟁의 늪에 빠진 정치권이 귀담아들어야 할 지적이 아닐 수 없다.

김봉현 전 회장의 옥중서신은 상하기수(上下其手)라는 고사성어를 떠올리게 한다. 옛날 중국 춘추시대 초(楚)나라에서 누가 적장을 잡았는가를 두고 왕의 동생인 공자와 하급장수 사이에 실랑이가 붙었다. 적장을 생포한 이는 물론 하급장수다. 하지만 적장은 공자한테 잡혔다고 말하는 게 유리하다는 걸 눈치채고 버젓이 거짓말을 한다. 김 전 회장도 사로잡힌 적장처럼 상황 파악에 매우 능한 모습이다.

재차 강조하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은 자본시장 질서가 무너지면서 자칫 선량한 투자자들이 수조원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라임에 이어 옵티머스 사태가 터졌고, 다른 불안한 펀드가 한둘이 아니다. 로비 의혹도 파헤쳐야 하지만 본질이 흐려져선 안된다.
원칙대로 하자면 수사는 검찰의 몫이고, 자본시장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은 국회의 몫이다. 검찰 수사가 미덥지 못하면 특검이 대안이다. 이대로 가다간 검찰을 덮친 정치가 사모펀드 사태의 본질까지 덮어버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