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일자리, 좌고우면하다 때 놓칠라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22 18:16

수정 2020.10.22 18:16

[기자수첩] 일자리, 좌고우면하다 때 놓칠라
"그러니까 거제 일자리를 많이 만들려면 조선업을 지원하라는 말이잖아요. 어제 들어온 사무관이라도 5분만 공부하면 알 수 있는 거예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코로나발 고용충격을 줄이기 위해선 고용승수가 높은 첨단 제조업 등 교역산업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기획재정부 A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KDI에 따르면 일자리는 지역 간 교역이 가능한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교역산업과 지역 내에서 주로 소비되는 서비스부문 일자리로 구분된다. 지역서비스업은 지난해 4·4분기 기준 전체 일자리의 71.1%를 차지하지만 이 일자리의 대부분은 교역산업에서 비롯된 수요로 창출된다.

지식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교역산업 일자리 증가는 지역서비스업에 대한 수요 확대로 이어져 추가적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고용승수 효과가 발생한다. 지난 2009년부터 2017년까지 국내 130개 지역 노동시장 자료를 분석해보니 전통 제조업에서 일자리가 1개 생기면 지역서비스업 일자리는 0.9개 창출되는 반면 지식산업에선 지역서비스업 일자리가 3.2개 창출됐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교역산업 자체 일자리 수는 많지 않더라도 전체 일자리 창출엔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말이다.


물론 KDI 제언이 무릎을 탁 칠 만한 것은 못된다. 하지만 누구나 다 아는 해법이라고 치부하고 넘길 일도 아니다. 지난 3월부터 7개월째 취업자 수가 감소하고 있는 현재 고용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지난 9월 도소매·숙박음식업의 취업자 수는 551만5000명으로 7년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작년 9월보다 43만2000명 줄었고, 2013년 3월 549만9000명을 기록한 이후 가장 적다. 더 큰 문제는 나쁘지 않던 교역산업 일자리 피해가 9월 들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누구 말마따나 정부도 고용승수를 모르는 게 아니다. 이미 지난 5월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조성해 교역산업이라 할 수 있는 항공·해운·자동차업 등 9개 업종에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정작 첫 집행은 5개월이나 지난 10월에야 이뤄졌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게다가 총차입금 5000억원, 근로자수 300인 이상으로 한정한 신청 자격 탓에 지원조차 쉽지 않았다.
그 기간 이스타항공처럼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고 길거리로 내몰린 기업도 적지 않다. KDI 제언이 뻔하다면, 나이키의 제언은 어떤가. Just Do It!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경제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