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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뚝딱 생기는 게 아닌데… 툭툭 내뱉는 전세대책에 혼란 [내주 또 부동산대책]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22 18:20

수정 2020.10.22 18:52

임대차2법 개정 두달 넘도록
전세난 격화되는 추세
표준임대료 도입·공급 확대도
즉효약 아니라는게 시장 반응
"묘수없이 말부터 쏟아내" 지적
집이 뚝딱 생기는 게 아닌데… 툭툭 내뱉는 전세대책에 혼란 [내주 또 부동산대책]
"집을 뚝딱 지어 공급을 할 수도 없고, 수요는 많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정부가 이르면 다음 주 전세대책 발표를 예고한 가운데 조율되지 않은 메시지가 정치권을 통해 흘러나오면서 부동산 시장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내부에서도 "당장 뾰족한 대책이 없다"며 곤혹스러운 모습이 역력하다. 정치권에서 표준임대료나 신규계약 전월세상한제(5%룰) 확대 등 가격 통제 수단들이 거론하고 있지만 시장에 미칠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위기다. 공급 확대도 극심한 전세대란의 즉효 약이 아니라는 점에서 새로운 대책도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표준임대료 도입 가능성 낮아


22일 한국감정원이 내놓은 주간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19일 기준 서울 전셋값은 0.08% 상승해 69주째 오름세를 이었다. 수도권으로 확장하면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인천은 0.39%, 경기는 0.24% 각각 전주 대비 상승했다. 감정원 관계자는 "교육·교통 인프라가 우수해 가을 이사철 수요가 높은 지역과 역세권 및 직주근접 지역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대차2법 개정 이후 두 달이 넘도록 전세난이 격화되자 여당을 중심으로 전세대책을 조속히 강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는 양상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전세난 대책 마련에 대해 "정부가 지금까지 발표한 정책을 착실하게,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주택시장에 대해 여러 가지 매매와 전세시장 대책을 이미 발표한 바 있지만 전세시장이 아직까지도 안정화되지 않았다"며 "전세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추가적인 대책이 있는지 여부를 현재 관계부처 간에 고민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전월세상한제 역할을 하는 표준임대료 도입을 가장 유력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전세 대책에 포함되긴 힘들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임대차2법)이 이제 겨우 적용된 만큼 제도들이 정착되기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표준임대료는 임대차3법 입법 때부터 논의해온 내용이고 이미 발의된 법안도 있지만 당장 추진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표준임대료는 임대차 계약 시 활용하는 임대료의 가이드라인이다. 지자체가 표준주택을 선정하고 임대료 기준을 제시하는 구조다. 표준임대료를 도입한다면 주무부처가 되는 국토부는 우선 임대차 시장에 대한 데이터부터 확보해야 한다. 따라서 도입하더라도 시점은 전월세신고제가 적용되는 내년 6월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것이다.

수요·공급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 시장 원리상 공급을 풀면 전세난이 안정될 수 있지만 공급 방안은 더 한정적이다. 꾸준히 전세 매물을 확보하는 수단이었던 임대사업자 제도는 정부가 지난 7·10대책에서 폐지해 당장 부활할 리 만무하다는 지적이다.

구조적 수급불균형 개선 어려워


정부는 일정 기간 임대차 시장이 불안할 것으로 이미 예상해왔다. 특히 전셋값이 1년 넘게 상승한 것은 구조적으로 예견된 결과다. 저금리로 전세 매물이 줄고 반전세, 월세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무주택 기간이 길수록 가점이 높아지는 지금의 청약시장에서 임대차시장으로 내몰리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내집 마련 열기가 가라앉는 가운데 입주물량 자체가 줄어드는 점이 임대차시장 불안의 근본원인이라는 게 중론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은 13만6336가구로 올해 입주물량 18만7991가구보다 5만여가구 줄어든다.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도 2만5021가구로 올해 입주물량 4만7447가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이번 전세난이 결국 수요와 공급의 문제인데 표준임대료, 계약갱신권 명시, 공공임대 활용 등 최근에 거론되는 방식은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보기 힘들다"며 "더구나 이해당사자들이 이를 지지해 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조율된 대책이 마련되기 전에 (정치권에서) 말부터 뱉은 인상이 강하다"라며 "월세 세액 공제 확대 정도가 그나마 유효한 수단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김현우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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