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전해질 없는 이차전지 만든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26 10:44

수정 2020.10.26 10:44

ETRI-DGIST, 공동연구 진행
흑연 활물질만으로도 리튬이온 이동
기존 이차전지보다 에너지밀도 1.5배
연구성과 'ACS 에너지 레터스' 개재
이차전지. 게티이미지 제공
이차전지. 게티이미지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별도 전해질이 없이도 작동하는 신개념 이차전지를 개발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전해질이 들어갈 공간에 더 많은 양·음극 물질을 집어 넣을 수 있어 기존보다 에너지밀도를 1.5배 높일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또한 액체 전해질을 가지고 있던 이차전지의 화재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지능형센서연구실 이영기 박사팀은 이차전지의 흑연 활물질 입자간에도 이온이 이동한다는 것을 규명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진은 이 원리를 이용해 '이온 확산 기반 전고체 전극'을 설계했다.

이영기 박사는 "기존 전고체 이차전지에서 사용되는 구조에서 벗어나 활물질만으로 이온을 확산할 수 있는 것을 최초로 밝혀냈다.
"고 말했다.

일반 이차전지의 전극 구조는 이온 전도를 담당하는 고체 혹은 액체 전해질, 전자 전도를 담당하는 도전재, 에너지 저장을 담당하는 활물질, 그리고 이들을 물리적, 화학적으로 잡아주는 바인더로 구성된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흑연 활물질 입자 간에도 이온이 전달되는 것을 확인했다. 전극내 전해질 없이도 이차전지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활물질과 바인더로만으로 새로운 형태의 전고체 이차전지용 전극 구조를 제안했다.

ETRI 이명주(왼쪽) 연구원과 권도윤 연구원이 이온 확산 기반 전고체 전극의 충방전 특성을 분석하고 있다. ETRI 제공
ETRI 이명주(왼쪽) 연구원과 권도윤 연구원이 이온 확산 기반 전고체 전극의 충방전 특성을 분석하고 있다. ETRI 제공
연구진이 제안한 구조를 공동연구진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박주남 박사팀에서 슈퍼컴퓨터 기반 모델링으로 가상의 전기화학실험을 진행, 이론적으로 실현 가능함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를 최종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고체 전해질이 필요 없어 같은 부피에 더 많은 활물질을 전극에 집어넣었다. 그 결과, 에너지밀도를 일반적인 흑연 복합 전극 대비 약 1.5배 높였다. 충방전 80회 동안 일반 흑연 복합 전극은 최대 400㎃h/㎤인 반면 연구진의 전극은 최소 640㎃h/㎤에 달했다.

이 박사는 "이번 기술로 에너지밀도를 더욱 높일 이차전지를 개발, 핵심 원천 기술을 확보하며 상용화를 이루는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ETRI는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다양한 전극 소재와 양극 활물질을 대상으로 응용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전극의 부피도 얇게 만들어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고도화하는 연구도 병행할 계획이다.


DGIST와 공동연구를 진행해 얻은 이번 연구성과는 미국화학회(ACS) 에너지분야 국제 학술지 'ACS 에너지 레터스'에 지난달 온라인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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