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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코로나가 일깨운 공공의료 확충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25 18:00

수정 2020.10.25 17:59

[차관칼럼] 코로나가 일깨운 공공의료 확충
공공의료는 국가, 지자체, 의료기관이 지역·계층·분야에 관계 없이 보편적 의료 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하는 모든 활동을 뜻한다. 그런데 국립대학이나 국공립어린이집처럼 '국(國)'이나 '공(公)'이 붙은 기관은 인기가 높은 반면 공공의료나 공공병원은 다소 열악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왜 그럴까. 공공의료를 민간의료에 대한 잔여적·보충적 측면으로 생각하기 때문일 수 있다. 또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의 시설이 대체로 낡았고, 의료인력이 부족해 서비스 질이 낮다고 인식하는 것도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공공의료는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 취약 지역·계층 진료, 감염병 관리 등을 제공하는 국가와 지역사회의 필수적 의료안전망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료서비스는 공적 자원이다'에 동의하는 비율이 22%에서 코로나19 이후 67%로 크게 올랐다.
그간 잘 드러나지 않았던 공공의료의 역할과 중요성을 우리 사회가 분명히 인식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공공의료기관과 병상 비중은 지난해 기준 각각 5.1%, 8.9%이고 종사하는 의사 수는 10.7%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가장 낮다. 국내 지역 간 의료공급 격차와 그에 따른 건강 결과의 불균형도 크다. 2018년 기준 서울 지역 내 의료이용률은 93%, 인구 10만명당 치료가능 사망자 수는 30명인 반면 경북은 각각 24%, 38명으로 차이가 상당하다. 특히 지방의료원의 경우 시설이 낡고 인력이 부족해 병원에 대한 신뢰가 낮고 찾는 환자도 적다. 결국 적자가 지속되면서 투자도 잘 하지 않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그간 정부는 필수의료 보장과 지역의료 격차 해소를 목표로 여러 정책을 추진해왔지만 실제 체감하는 변화가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또한 민간병원의 공익적 역할을 강조하는 '기능' 중심 공공의료 정책이 추진되면서 상대적으로 공공병원 확충은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운영 주체' 측면에서 전통적인 공공병원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긴급한 위기 상황에서 지역별 의료자원을 신속히 연계·활용할 수 있는 것은 국가와 지자체가 직접 관여할 수 있는 공공인프라이기 때문이다. 전체 병상의 10%가 안 되는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입원 환자의 약 79%를 진료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사회·경제적 양극화, 고령화 및 만성질환 증가 등 대응을 위해 공공의료 확충이 필요하다는 사회 각계의 요구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더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여러 의견의 공통점은 공공병원을 확충하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병원의 바람직한 모습은 지역 주민이 믿을 수 있는 양질의 필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감염병 위기 등 재난대응 및 의료 소외계층 지원을 위해 책임감 있게 지역의료 생태계를 이끄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공의료 인프라를 충분히 확충하는 한편 공공병원의 의료 사업과 경영 등 여러 측면을 폭넓게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우수한 공공의료 인력을 꾸준히 양성하고 좋은 근무여건을 조성해 이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이 있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대응 과정 및 결과에 큰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공의료가 지역의료 체계의 튼튼한 버팀목이 되고 지역 주민이 믿고 찾을 수 있도록 정부는 지자체와 함께 책임성 있게 공공의료 저변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이 공공의료라는 말을 좋아하고 신뢰하게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강도태 보건복지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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