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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24번째 대책 전에 부동산 기조부터 손보길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26 18:00

수정 2020.10.26 18:00

전월세 시장은 아우성
마이웨이 고집 버려야
서울 강남구 평균 전세가가 9억원을 돌파했다. 매매가도 아닌 전세가가 고가주택 기준선인 9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13일 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뉴스1
서울 강남구 평균 전세가가 9억원을 돌파했다. 매매가도 아닌 전세가가 고가주택 기준선인 9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13일 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뉴스1
정부가 24번째 부동산 대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발표 시기는 미정이나 언론에선 월세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24번째 대책 발표가 급한 게 아니다. 이참에 정책 기조부터 손보길 바란다. 그러지 않으면 무슨 대책을 내놓든 또 하나의 땜질 처방에 그칠 공산이 크다. 전국으로 번진 전·월세난을 잠재우기에도 역부족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월 말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고, 곧바로 시행했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났다. 주택시장은 한마디로 혼란의 도가니에 빠졌다. 전세 물건은 씨가 말랐고, 그 여파가 월세 시장에까지 미치고 있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국회 표결 직전 5분 발언에서 "이제 더 이상 전세는 없겠구나, 그게 제 고민"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의 예측은 현실이 됐다. 시장은 전세소멸의 길을 걷는 중이다.

대선 유력후보인 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고민도 커 보인다. 지난 19일 당 미래주거추진단이 출범하는 날 이 대표는 "고급화하고 다양해진 수요를 종래의 주택보급률 개념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예전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성에서 새로운 접근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1일엔 홍남기 경제부총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을 불러 경제점검회의를 열었다. 이때 이 대표는 "현장과 정책 사이에 괴리가 있다"며 현장 중심 정책을 주문했다.

하지만 현재 거론되는 24번째 대책은 여전히 탁상행정이다. 정책 기조는 그대로 둔 채 부작용을 보완하는 수준이다. 지금 현장에선 집주인과 세입자 간에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잦다. 집주인은 "나가라" 하고 세입자는 "못 나간다"고 버틴다. "나갈 테니 위로금을 달라"는 경우도 있다.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릇된 정책을 편 정부·여당은 마이웨이를 고집해 왔다.

지난 8월 이창무 교수(한양대)는 언론에 기고한 칼럼에서 문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전족(纏足)에 비유했다. 이 교수는 "20여차례 부동산 규제로 이미 주택시장은 전족처럼 기형이 됐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의 옹고집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도 연상시킨다. 이 불한당은 손님이 침대보다 크면 발을 자르고, 작으면 몸을 억지로 늘였다. 여태껏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꼭 그렇다.
정책을 시장에 맞추는 게 아니라 시장을 정책에 억지로 끼워맞추려 한다. 그러니 시장에서 아우성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잦은 대책보다 올바른 정책을 펴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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