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제정안은 산업 현장의 현실을 도외시한 채 모든 책임을 사업주에게만 물린다는 데 문제가 있다. 처벌 수위는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이미 재해 사고를 막기 위해 처벌조항을 대폭 늘린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올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산안법 개정 때도 세계에서 유례없는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왔는데 이보다 더 강력한 법을 또 만들겠다고 하니 경영계는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제출된 법안을 보면 사업주의 유해·위험방지 의무는 대단히 광범위하고 추상적이다. 그나마 산안법엔 안전·보건조치 의무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나와 있다. 중대재해법안은 사망사고 시 사업주에게 3년 이상 징역,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했다. 이러니 기업인들은 모두 잠재적 중범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 수밖에 없다. 사업하기가 이렇게 무서워서야 될 말인가.
사업주 과잉처벌로 산재예방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후진적 발상이다. 사망사고에 싱가포르는 2년 이하 금고, 독일·프랑스·캐나다는 1년 이하 징역, 영국·미국·일본은 6개월 이하 징역 정도다. 현행 산안법에는 이 경우 7년 이하 징역에 해당한다. 사망사고가 두 차례 이상 연달아 발생하면 현장 책임자를 가중처벌하는 내용도 있다.
산업현장 재해사고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아픈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사고 예방체계를 정부와 기업이 함께 찾아봐야 한다. 하지만 법을 앞세워 무조건 사업주 책임만 물고 늘어지면 기업이 설 자리가 없다. 기업활동 위축은 다시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 그렇잖아도 21대 국회가 출범한 뒤 기업들은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반기업 법안 홍수에 죽을 맛이다. 이 마당에 중대재해법까지 등장했다. 반기업 법안은 자칫 거위의 배를 가르는 어리석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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