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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경제 5개년, 美장기전 후 반격 위한 '포석'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27 12:35

수정 2020.10.27 12:37

- SCMP 전문가 인용, "미국 자극하지 않고 시간 벌기 위한 수단"
- 中경제전문가, 2030년이면 美경제 추월...반격 시작될 것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캡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캡쳐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의 향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표면적으로 자국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미국과 직접적인 대결을 피하면서 시간을 벌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기간 동안 미국을 자극하지 않고 자립 공급망 구축에 집중한 뒤 양국 격차가 없어지면 반격에 나설 것이라는 취지다. 이른바 마오쩌둥식 ‘장기전’이다. 중국 경제 전문가들을 이 시점을 이르면 2030년으로 내다봤다.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인 학습시보 덩위웬 전 부편집장을 인용, 이 같이 분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1~2025년에 적용될 14차 5개년 경제계획(14.5계획) 초안과 2035년 중·장기 경제·사회발전 전략을 담은 보고서 등을 전날 시작된 공산당 중앙위원회 19기 5차 전체회의(19기5중전회)에 제출했다.


5중전회의는 이를 29일까지 심의한 뒤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주요 의제를 공식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내년 3월 중국 최고 입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공식 승인하게 된다.

덩 전 부편집장은 여기서 14.5계획의 경우 미국과 장기전을 위한 계획안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내수 중심의 쌍순환 전략과 기술 홀로서기가 결국 국내 공급망 구축을 통해 미국과 기술 격차를 줄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의미다.

이는 겉으로는 중국의 대외의존도를 낮춰 경제 자립도를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덩 전 부편집장은 이를 통해 미국과 직접적인 대결을 피한 채 더 많은 시간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해석했다. 이후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 올랐다고 판단될 때 반격을 시작할 것이라고 덩 전 부편집장은 관측했다.

이 같은 전략은 마오쩌둥 전 주석(1893~1976)이 중일전쟁 당시인 1938년 제시한 ‘지구전’과 맥을 같이 한다. 맞서 싸울 수 있는 충분한 힘을 키우기 전까지 방어에 치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공산당 정치국도 7월 회의에서 “미국과 갈등이 장기적인 투쟁(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직접 언급했다.

중국 국무원 싱크탱크 산하 싱크탱크인 국무원발전연구중심(DRC)은 반격이 가능한 시점을 12년 뒤로 봤다. 유럽은 7년 안에 추월하고 2032년이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최근엔 미국의 코로나19 충격과 중국의 조기 경제회복 등으로 격차가 10년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도 일부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홍콩대 아시아글로벌연구소 첸지우 소장은 “‘중국제조 2025’ 등은 미국을 추월하겠다는 노골적인 메시지가 담겨있었기 때문에 미국의 전방위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라면서 “화웨이 사태 등 후폭풍을 겪은 중국이 14.5계획에선 이전과 같이 미국을 도발하는 정책을 내놓진 않을 것”고 풀이했다.

대신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외면하고 있는 환경에서 미국의 지위를 대신할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경제·첨단기술 등 분야의 견제가 상당한 만큼 미국이 상대적으로 적대적인 환경 분야는 국제사회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를 위해 5중전회에서 지난달 약속한 ‘2030년 탄소배출량 정점·2060년 탄소중립’에 대한 보다 세부적인 계획을 내놓고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의 해양보호구역 설정 문제도 지지할 것으로 SCMP는 전망했다.


미 비영리재단 퓨 자선신탁의 해양 생물학자 니콜 브랜섬은 “(환경분야는)중국이 미국을 이어 세계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첫 번째 기회”라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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